국회가 탄핵 정국에 휩싸인 가운데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로 시도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야당이 추진한 탄핵안은 총 7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여야 합의로 처리된 민생 법안은 전무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기간을 확대하면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총 18건에 이른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안은 재석 의원 188명 중 찬성 186명, 반대 1명, 무효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하루 만에 탄핵안이 발의되어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기 전까지 김태규 부위원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이는 이 전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대장동·백현동' 의혹,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국민의힘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총 18건으로, 이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발의된 탄핵소추안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76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간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전체의 5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 국회를 통과한 탄핵안 중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2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 그리고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안이 최종적으로 기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빈번한 탄핵안 발의를 지적하며, 이진숙 위원장 탄핵에 대해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행정부 권한 마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야당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국회 관계자는 "탄핵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을 때 엄중하게 꺼내들어야 하는 제도"라며, 탄핵의 남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국회의 상황은 여야 간 강대강 대치로 인해 탄핵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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