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원이 딸의 강제결혼을 주선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여성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BBC는 29일, 빅토리아주 법원이 사키나 무하마드 얀(40대 후반)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5명의 자녀와 함께 호주로 이주한 얀은 2019년, 당시 21세였던 딸 루키아 하이다리의 결혼을 강제로 주선했다. 하이다리는 결혼 6주 만에 남편 모하마드 알리 할리미(당시 26세)에 의해 살해당했다.
프랜 달지엘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해자 하이다리는 학업을 지속하고 직장을 구해 독립적으로 살기를 원했다"며 "피고인 얀은 딸의 의사를 무시하고 어머니로서의 권력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이다리는 자신이 결혼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얀이 딸의 결혼을 주선하며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얀 측은 "딸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고된 3년 형량 중 얀은 1년만 실제로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나머지 2년은 사회 내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형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얀의 변호인은 "의뢰인이 딸의 죽음으로 큰 슬픔을 겪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하이다리를 살해한 할리미는 결혼 직후부터 아내를 학대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21년 종신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호주는 2013년 강제결혼법을 도입했으며, 현재 이 법에 따라 여러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얀의 사례는 호주에서 강제결혼법을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첫 번째 사례로, 이 법은 최대 7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마크 드레퓌스 호주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강제 결혼은 노예제와 다름없는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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