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U-PLEX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U-PLEX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년간 경찰 수사로 밝혀진 전세사기 피해액이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경찰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한 금액은 1616억원에 그쳐, 피해액의 7%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 25일부터 지난달까지 약 2년간 경찰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한 전세사기 피해금은 1616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시기별로는 2022년 5억5000만원(7건), 2023년 1402억원(68건), 2024년 상반기(1~6월) 209억1000만원(9건)이다. 총 84건으로, 건당 평균 보전액은 19억2464만원이었다.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추징 대상이 되는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범죄수익 관련 재산은 몰수 대상이 되고, 이미 범죄수익을 써버린 경우 일반 재산은 추징 대상이 된다. 보전된 재산은 법원 확정판결 후 국고로 환수되거나 피해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2022년 6억원이 채 안 되던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재산이 2023년 1402억원으로 254배나 증가한 것은 경찰이 시행한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5억원 미만의 사기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은 2022년 7월 25일부터 국토교통부·대검찰청과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시행했다.

특별단속 시행 1년간 약 3500명이 검거됐으며 피해자는 5000명, 피해액도 6000억원을 넘어섰다. 경찰은 당초 지난해까지 예정됐던 단속 기간을 무기한으로 연장하고 이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경찰 수사 의지에도 불구하고 몰수·추징 보전되는 재산은 전체 전세사기 피해금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전세사기 수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 25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피해금은 총 2조2836억원에 달했다. 이는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전체 사기 피해금의 약 7%에 불과한 1616억7000만원만이 기소 전 몰수·추징 법원 인용 판결을 받아 보전된 것을 의미한다.

수사 기관과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의 원인으로 몰수·추징을 규정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나 부패재산몰수법의 적용 대상에 전세사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기소 전 몰수·추징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범죄단체조직죄와 같은 다른 법률을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금에 대한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이 이를 포착하고 혐의를 입증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판결까지 받는 데에 인력과 조직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김정훈 변호사(법무법인 로벡스)는 "범죄 공모를 위해 위계를 세우고 역할을 분담하는 등 행위가 있으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소 전 몰수·추징을 할 수 있다"면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인력 문제, 환수 전담 조직의 미비 등으로 환수를 위한 후속 조치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기금을 통해 대위 변제를 하는 상황에서 범죄 수익 환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전세사기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전세사기는 여전히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며 "사회적 재난인 전세사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보완 입법과 함께 수사 인력 보강 등 현장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관련 다른 한 관계자도 "전세사기 피해금에 대한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위한 관련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하고,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의 개선과 함께 수사 기관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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