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5월 10일, 대한민국의 첫 민주적 선거가 실시되어 제1대 국회의원 198명이 선출되었다. 약 748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한 이 선거는 95.5%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광복의 결말이 아닌, 새로운 국가 건설의 시작점이었다.
박혁 저자의 '헌법의 순간'은 1948년 제헌국회의 헌법 제정 과정을 상세히 다룬 책이다. 저자는 당시 국회를 뒤흔든 14개의 주요 논쟁을 선별하여 각 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1948년 6월 23일 헌법 초안이 제헌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후, 20일간의 치열한 토론 끝에 7월 12일 헌법안 10장 103개 조항이 최종 통과되었다.
박혁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제헌헌법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든 졸속 헌법"이라는 인식을 바꾸고자 했다. 그는 당시 국회 회의록을 접하면서 느낀 감동을 전하며, 제헌의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그들의 사상,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간절함과 의지가 자신의 편견을 깨뜨렸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당시 헌법 제정 과정에서 벌어진 다양한 논쟁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국민이냐 인민이냐"는 논쟁은 당시의 시대상과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저자는 이 논쟁을 통해 독자들에게 "우리가 지향하고픈 한국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나라를 빼앗기고 오랜 시간 무국적자로 타국살이를 해야 했던 경험이 빚어낸 소중한 가치를 헌법에 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하며, '인민'이라는 단어가 '국민'으로 바뀐 것이 단순한 용어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분단과 이념갈등을 겪으며 위대한 열망과 소중한 가치까지 잃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의 깊은 사고를 유도한다.
'헌법의 순간'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제헌의원들의 고민과 열정, 그리고 그들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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