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병원의 전공의 대량 사직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이른바 빅5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레지던트의 38%가 사직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1만506명 중 16.4%인 1726명이 사직 처리되었다. 이는 정부가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다음 날인 6월 5일과 비교하면 1717명이 급증한 수치이다. 사직서 수리 마감 시한인 지난 15일보다는 1640명이 늘어난 규모이다.
100개 수련병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레지던트 9992명 중 1687명(16.9%)이 사직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6월 5일 대비 1683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빅5병원의 경우, 레지던트 사직률이 38.0%로 나타났으며, 1922명 중 731명의 사직서가 수리되었다.
반면, 전공의 출근율은 10% 미만을 기록했다.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1만3756명 중 8.4%인 1151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날보다 6명 줄어든 수치이다. 레지던트만을 기준으로 하면 10%인 1041명만이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에는 당직 휴무자와 연차 휴가 등이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미복귀 전공의 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직 처리된 전공의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대 3개 병원, 연대 3개 병원, 분당차병원 등에서 무응답자에 대한 사직 처리 작업이 진행 중이며, 출근도 사직도 하지 않은 전공의들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1만 명 이상이 사직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규모 사직 사태로 인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규모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수련병원에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하반기 수련 재응시를 최대한 유도하기 위해 권역별 제한을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방에서 수련받다가 사직한 전공의도 '빅5'를 포함한 서울 수도권 병원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김국일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권역 제한 문제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전공의 복귀 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수련병원에서 1명이라도 더 고용해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역 제한은 안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 총괄반장은 "필수의료 특별회계, 지역의료발전기금 등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이 뜻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사직 처리를 하지 않거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규모를 제출하지 않은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전공의 정원 감축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9월 수련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추가 유인책 마련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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