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룹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9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실제로 일어나자 카카오 사내 분위기가 다시 한번 술렁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이날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른 아침 검찰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와 경합하던 중 SM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이상으로 상승 및 고정시키려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번 소환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조사 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검찰은 이후 보완수사를 진행했고, 카카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또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 등을 재판에 넘겼으며, 최근에는 황태선 CA협의체 총괄대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등 의혹 등 총 4건의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다. 올해 3월에는 정신아 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교체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는 협약 계열사의 신규 투자 집행 및 유치, 지분 매각 프로세스를 강화했으며,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는 계열사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올해 카카오톡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과 AI를 통한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달 초에는 AI 전담조직 '카나나'를 신설하고 서비스와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는 또한 생성형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로 했다. 지난 4월에는 약 2930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하고, 이 중 1930억원을 플랫폼과 AI, 콘텐츠 강화를 위한 M&A와 합작법인(JV) 설립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 가능성 등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어, 카카오의 쇄신 작업과 해외 M&A 등이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자회사의 실적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카카오의 매출은 2조643억원, 영업이익은 141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 증가했지만, 증권가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이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 그룹이 검토 중인 계열사 매각도 사법리스크로 인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최근 카카오게임즈 매각 추진설이 제기되었으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 크래프톤 측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