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출 신청 여부와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다음 달부터 산업은행을 통해 17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대기업에 0.8~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이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신용등급 AA인 기업은 기존 산업은행 5년 고정금리 대출(연 4.3%)보다 0.8%포인트 낮은 3.5%의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국내 시중 은행 중 최저 수준의 금리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대출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양사가 일정 시간을 두고 이번 지원을 검토한 후 실제 대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양사는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설비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어, 이번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연간 설비 투자액은 2022년 47조원, 2023년 48조원이었으며, 올해도 46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예상된다. 특히 평택캠퍼스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에는 총 200조원의 투자가 추산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설비 투자 예상액은 13조원으로 전년(6조6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주 M15X 공장에만 2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양사는 4~5%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정부의 이번 대출 지원이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연 4.6% 이자로 차입했으며,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네 차례에 걸쳐 발행한 2조6202억원 규모의 채권에 4.83~5.5%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출의 금리 조건이 시중 대출보다 더 낮아 기업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산업은행이 대출을 주고 각종 보고서 등 까다로운 부대조건을 내건다면 대출 신청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양사는 이번 정부 대출 지원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한 후,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판단될 경우 실제 대출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출 신청 여부와 그 규모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