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20년 넘게 남몰래 후원을 이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쪽방촌의 성자'로 불린 선우경식(1945~2008) 요셉의원 설립자의 전기 '의사 선우경식'(위즈덤하우스)에는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을 통해 이 회장의 선행을 소개했다. 1987년 문을 연 요셉의원은 순수 민간 후원으로 운영되는 노숙인 자선의료기관이다.
이 회장의 선행은 본인의 당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에 신간 출간으로 공개됐다.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이재용 회장(당시 상무)은 2003년 선우 원장이 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요셉의원을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했고, 선우 원장은 이 회장을 병원 구석구석 안내했다.
선우 원장은 "쪽방촌이라는 데를 가보셨습니까"고 물었으나 이 회장이 가보지 못했다고 하자 요셉의원 단골 환자의 집을 들렀다. 단칸방에는 술에 취해 잠든 남자와 얼마 전 맹장 수술을 받은 아주머니, 아이 둘이 있었다. 선우 원장 어깨 너머로 방 안을 살펴본 이 회장은 신음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린 것으로 전해졌다. 동행한 삼성 직원은 이 장면을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모습을 처음 본 이 회장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은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가 운영하는 '영등포 공부방'까지 둘러본 뒤, 굳은 얼굴로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머릿속이 하얗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책은 전했다. 그러고 이 회장은 "사비로 준비했으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된다"며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이후 다달이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후에도 검소한 티셔츠 차림으로 방문했다. 이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밥집을 지어달라는 선우 원장의 요청으로 이 회장은 몇 년 동안 '밥짓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지역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편 가톨릭대 의대를 나온 선우 원장은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로 활동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1987년 8월 서울 신림동에 요셉의원을 개원했다. 평생 무료 진료를 해온 그는 급성 뇌경색과 위암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위해 노력하다 2008년 6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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