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내신 시험 문제의 불법 거래에 대한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수능 출제 경력을 가진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에 예상 문제를 판매하고, 이를 통해 고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사교육업체와의 거래 이력을 은폐하며 수능 출제위원으로 활동하거나,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문제를 학교 시험에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했다. 일부는 배우자와 협력하여 출판업체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직 교사 27명, 대학교수 1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4명, 전직 입학사정관 1명, 사교육업체 관계자 23명 등 총 56명이 이번 불법 행위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한,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다수의 교사에 대해서는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간 진행되었으며,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유착 관계, 소위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에 따른 것이다.
◈서약서 어기고 자격심사자료 거짓 제출… 세금 탈루도
교사와 사교육 업계 간의 불법 문항 거래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한 교사는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검토 및 출제 경험이 있는 다른 교사들을 포섭해 총 2000여 개의 문항을 사교육 업체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약 6억 6000만 원의 부당 이익을 취했다. 이 교사는 받은 금액 중 일부를 문항 제작에 참여한 다른 교사들에게 분배하고, 나머지를 자신의 몫으로 취했다.
또한, 일부 교사는 출제위원 선발 과정에서 자신의 사교육 업계와의 연관성을 숨기고 참여했다. 이들은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후에도 비밀리에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를 계속하였으며, 거래 내용을 숨기기 위해 가족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이와 별개로, 한 고등학교 교사는 유명 학원 강사의 요청으로 수능 경향을 반영한 고난도 문항을 제작, 공급하기 시작해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수료를 받았다. 이러한 문항은 실제 수능 및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제공되었다.
다른 사례로는 온라인 사교육업체에 내신 예상 문항을 제공한 교사가 있으며, 이 교사는 받은 문항 중 일부를 실제 학교 시험에 출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능 대비 모의고사 문항과 학원 강의 부교재를 제작해 사교육업체에 공급하고 대가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가족 명의의 계좌를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EBS 영어 수능연계교재 파일을 무단으로 유출한 후, 이를 바탕으로 변형 문항을 제작하여 사교육업체에 공급한 사례도 발견되었다. 이 교사는 EBS 교재 개발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허가 없이 사용해 수익을 창출했으며, 교재 출간 전에 변형 문항을 제공하여 불법적인 이득을 취했다.
◈배우자와 짜고 출판업체 차리고 입학사정관이 사교육업체에 취업
고교 교사 N씨는 2018년 1월부터 사교육업체에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아왔으며, 2019년 6월부터는 부인과 함께 출판업체를 설립하여 불법 활동을 확대했다. 이 출판업체는 EBS 교재 집필 과정에서 알게 된 교사들을 포함해 총 35명의 현직 교사를 문항 제작진으로 활용해 사교육업체와 유명 학원 강사들에게 문항을 판매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18억 9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중 12억 5천만 원이 문항 제작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지급되었다.
N씨는 허위 영업비용 계상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또한, 감사원의 조사가 시작되자 허위 문서 제출을 통해 감사를 방해하는 행위에도 나섰다.
고교 교감 S씨와 교원 T씨 등 다른 교사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팔아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하던 V씨는 입학사정관의 지위를 이용해 입시컨설팅 업체에 취업하고 대학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현행법은 입학사정관의 사교육업체 취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V씨 외에도 여러 사례가 추가로 확인되어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며,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의 문제 유출 및 거래가 교육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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