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의 문이 닫히고 선교 현장의 필요도 달라지고 있는데 한국교회 선교도 수정이 필요합니다"
대표적 선교 신학계 원로인 전호진 박사(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 학장·사진)가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종교 갈등과 선교사 추방, 프로젝트 위주 선교의 실패 등을 지적하며 선교지의 문이 갈수록 막히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선교 전략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박사는 특히 한국 선교사 주도의 선교에서 현지인 교회로의 리더십 이양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헌신된 현지인 지도자와 평신도가 세워질 수 있도록 현지인 교회를 성장시키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선교타임즈 7월호에 게재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늘날 좁아지는 선교지 상황에 대해 요한계시록은 세상이 더욱 반기독교적으로 나아가고 기독교 신자에 대한 박해도 증가한다고 예언했다며 "실제 복음을 필요로 하는 많은 나라에서 종교적, 정치적 동기로 현지인 신자들이 수난을 당하고 선교사들이 추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 세계에서 종교 갈등이 증가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활발한 대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연일 테러가 일어나고 소수 종교인에 대해 박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힌두교가 강한 인도, 불교국가인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에서도 기독교인과 기독교 선교 활동에 대한 박해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전 박사는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한 국가들이 '골치 아픈 외부세력'으로 치부해 선교사들을 추방시키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소승불교 국가들은 구 왕권이 폐지되고 군부 세력이 장기 집권하면서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하다"며 "정부의 부정부패를 지적하는 국제정치학자, NGO, 유엔 인권단체 지도자 등 외부 지식인들을 제거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를 가르치는 기독교 선교사들 역시 추방 대상"이라고 말했다.
선교 현장에서 정부가 현지인에 의한 '교회의 현지화'를 강력히 촉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하지만 전 박사는 "선교사를 추방한다고 현지인 교회마저 무조건 문을 닫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 교회를 세우는 정책을 세워 신학교 학장을 현지인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선교의 정문이 닫혔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의 열린 문을 찾고 여기에 따른 전략 개발에 힘써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프로젝트 선교, 선교지 세습, 가부장적 선교, 준비되지 못한 선교사 파송 등의 문제는 시급히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가 프로젝트로 세운 교회당, 학교, 병원, 복지시설 등이 문을 닫거나 정부나 현지인들에게 접수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캄보디아의 경우 교회당 건물의 반이 문을 닫거나 교회 성장이 중단됐고, 평신도 선교사가 수십억 원의 건물을 지어주고 빼앗겼다는 선교 현장의 소식도 있다"고 밝혔다.
또 전 박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교회 선교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이후 선교 2세대로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교인들의 헌금으로 지은 건물들을 선교사들의 가족이나 자녀들이 '이양' 받고 있다"며 "교회당을 지어주는 전략은 근본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 외에 ▲한국에 있는 외국인근로자 등 국내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한 선교 ▲자립 원리로 성공한 한국교회와 같이 자립 선교로의 방향 전환 ▲선교지 교회의 신앙고백, 교리, 신학, 교회관 정립 ▲평신도 실버 선교사의 훈련 및 협력선교 강화 등을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선교 방안으로 제안했다.
그는 "바울이 에베소에서 3년 동안 선교하고 현지 교회에게 모든 것을 이양하고 떠난 것처럼 한국교회가 현지인 교회 개척자를 양성해 스스로 교회를 세우고 부흥, 성장시킬 수 있도록 리더십의 이양을 준비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프로젝트 선교와 가부장적 선교 역시 선교 현장의 필요에 따라 헌신된 현지인 양성에 대한 투자로 선교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전호진 박사는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 영국 웨일즈대학교를 졸업했다. 고신대학교 교수 및 학장, 피어선신학교 학장, 아시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 및 대학원 원장,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행정부총장,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등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이 밖에도 예장고신 선교연구소장, 한국복음주의선교학회 및 신학회 총무와 회장, 예장고신 총무, 일본복음선교회 이사장, 투아이즈네트워크 대표 등을 역임하는 등 학계, 선교계 등에서도 활발하게 사역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는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 학장으로 활동하며 종교문화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