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
구본선 글 | 장석철 사진 | 홍문사 | 06월 25일 출간| 296쪽 | 17000원
성경은 '첫번째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벨은 양의 첫 새끼로 첫 제사를 드렸고, 하나님께서도 이스라엘인들에게 "모든 첫 태생은 다 내 것"(출애굽기 34:19)"이라고 말씀하셨다.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나님과의 첫 만남의 감격과 환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삶이 팍팍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그 만남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위안이 되지 않는가.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은 사진앨범이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한국에 처음 뿌리내린 1세대 교회에 서린 첫사랑을 더듬어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들 교회는 작고 낡았으며, 시골의 허름한 교회나 일반 가정집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렇지만 낡은 건물이라 허물어 버렸다면 그 교회에서 믿음을 키워 온 사람들과 순교의 길을 택한 믿음의 선배들, 일제의 폭정에 맞서온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 또한 끊어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들은 한국 교회의 처음 예배당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던 것이다.
이 책의 사진을 찍은 장석철 집사는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백 년 이상 된 교회가 5백여 개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들 교회를 수소문해 봤지만, 옛 모습의 예배당이 남아 있는 교회는 드물었다. 80년 이상의 건축령을 가진 교회 건물이 채 서른 곳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장석철 집사는 서둘러 작업을 시작해, 1년여에 걸쳐 전국을 돌며 스물 네 곳의 1세대 예배당을 촬영했다. 글을 쓴 구본선 목사는 한국 기독교인의 믿음의 역사는 백 년의 신앙과 미래를 든든히 받치는 주춧돌이기에 교회사를 공부해 왔다.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은 사진을 통해 각 예배당의 생생한 모습뿐 아니라 그 내력과 그 교회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곁들이고 있다. 예배당의 모습은 유교적인 전통 아래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그 당시 사람들의 노력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 두동교회는 남녀칠석부동석이라는 엄격한 예의범절 아래 남녀가 평등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ㄱ 자' 모양의 독특한 예배당을 만들었다. 깐깐한 조선의 기독교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 흔적이다. 그런가 하면 일제식민지 시대, 한국전쟁의 아픔을 극복한 교회도 있다. 충청도 천안 부대동 교회는 한국전쟁 시기 미군의 폭격을 피하려던 공산군이 성전을 마구간으로 사용하는 수난도 격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절로 사용하던 건물을 성전으로 바꾸는 역사가 일어난 곳도 있다. 바로 전라도 목포의 목포중앙교회이다. 일본적인 절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신도들은 십자가만 걸어 놓고 열심히 예배를 드렸던 것이다.
각 교회의 신도들은 그 당시 조선의 변화를 일으키는 불꽃이 되기도 했다.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던 백정의 신분향상에 노력하던 백정 박성춘. 그는 서울 숭동교회의 장로였다.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인 신석구 목사도 충청도 청주수동교회의 한 사람이었다. 일본인이 유독 많았던 목포의 교회들은 3.1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신사참배에 거부한 순교자들을 낳았다. 이 모두 선교사들이 눈물과 땀, 피로써 사랑의 씨앗을 뿌렸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은 여행안내책자처럼 첫 예배당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저자들은 때때로 교회 근처의 둘러볼 만한 유적지를 소개하고, 책에 담겨진 교회의 주소와 연락처를 부록으로 수록해 직접 옛 예배당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