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법원에 접수된 소송 사건은 1929만 5844건이었다. 이 중에 법원이 다룬 소송 사건은 628만 7833건이었다. 그 중에 본안 사건은 150만 3696건이었다. 이러한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종교별 분류나 통계는 없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한국 교계를 둘러싼 소송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린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건들만 해도 수두룩하다. 한국교회 대표적 연합기관에 분란이 있었고 지금은 두 개의 단체로 나누어 졌는데, 그 중에 한 단체는 이단 관련성 성명서를 낸 다수의 교수들을 법적 조치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단체는 전 사무총장이 전 대표회장을 고소하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찬송가공회가 재단법인 측과 비법인 측 사이에 법적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교단에서의 법적 갈등도 있었는데, 감리교는 지난 5년간 감독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이 있었으며, 기하성도 수년 전 교단 통합 후 고소고발 사건이 있었고, 기침과 기성 교단은 총무 선임 문제로 법적 공방이 있었다. 예장합동 중앙교단도 설립자 측과 임원진 사이에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분쟁의 압권은 한국교회 최대 교단인 예장 합동 교단의 고소·고발이다. 지난 해 제97회 총회에서의 볼썽사나운 문제 이후에 비상대책위원회 측과 총회장 측이 공방을 벌이더니, 목사 장로 기도회를 앞두고 비대위의 종료와 해산을 선언함으로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근자에는 총회장 측이 비대위 측 인사 28명을 업무 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여 화해에 찬물을 끼얹었다. 참 슬픈 일이다.
개 교회에서의 고소·고발도 난무하고 있는데, 목동◯◯교회, 광◯교회, 분당◯◯교회, 여의도◯◯교회, 강북◯◯교회 등에서 교회와 지도자들과 관련하여 고소 사건들이 벌어졌거나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회에서 분쟁이 생기고, 이를 세상 법정에서 판단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재정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성도들의 고귀한 헌금으로 조성된 재정이 영혼을 구원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사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의 이미지 추락과 성도간의 반목과 불신을 조장함으로 전도의 문이 막히는 것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오죽하면 신대원생들도 교단 지도자들의 부정적 행태 때문에 신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교회가 깨끗하여 세상을 판단하고 세상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은 교회 구성원 사이에 '불신'과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불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성경에서는 '형제가 형제와 더불어 고발할뿐더러 믿지 아니하는 자들 앞에서 하느냐'고 책망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발하는 자들에게도 허물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너희가 피차 고발함으로 너희 가운데 이미 뚜렷한 허물이 있나니 차라리 불의를 당하는 것이 낫지 아니하며, 차라리 속는 것이 낫지 아니하냐'고 힐문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불의를 행하는 것이고, 속이는 것이라고 한다.(고전6:8)
형제끼리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잘못된 것은 믿음과 대화로 해결할 생각은 없고, 걸핏하면 사회 법정에 찾아가 형제를 고소하고 고발하는 것은 비신앙적 행위이다. 물론 교회 속에서 시시비비가 있고, 때론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허물과 죄 때문에 십자가까지 지셨는데, 그런 것도 참지 못한다면, 참다운 예수의 제자라고 하기 어렵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런 점들을 우려하여 이미 지난 2008년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생겨, '교회 내 갈등과 분쟁을 성경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교회 안의 문제를 세상 법정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들이 그만큼 '불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며, 교회 안에서 필요 이상의 '욕심'과 '정욕'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이다. 이제라도 세상 법정에서 공방을 펴는 모든 쟁론들을 거두어들이고, 정말로 우리 속에 더러운 욕심과 형제를 사랑하지 못하는 죄악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일이다.
성경에서는 이런 '불의'한 자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교회가 교회다워져야 한다'는 종교개혁자들의 외침을 오늘도 주님의 안타까운 음성으로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