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맛 헷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나의 기대가 그에게 족쇄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 내 사랑이 그를 가둬 버리면 안 된다.내 꿈이 사랑하는 이를 짓누르는 수레바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에 대한 믿음으로 그에게자유를 주라. 내가 할 일은 그를 짓누르는 수레바퀴를 치워 주는 것."
이근후교수님이 쓴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 보면, "자식의 인생에 절대간섭하지 마라"는 글이 있습니다. 98~102페이지. 조울증에 시달리는 어느 중년 환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대학교수로 꽤 성공한 축에 들었지만 그의 아버지에 비하면 미약했습니다.왜냐하면 그의 아버지는 전직 장관에 대학 총장까지 지낸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면서도 아버지와 자신이 비교당하는 것에 은연중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부모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해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환자의 조울증 치료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선배 의사에게 치료방법에 대하여 물었다고 합니다. 그 선배는 "그 아버지가 죽으면 된다."고 대답했습니다.아버지가 살아있으면 자식은 결코 그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선배의 말대로훗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환자는 별다른 치료 없이 병이 나앗습니다.
저자는 이 글에서 부모가 하나의 벽이라고 말합니다.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가 벽으로서 보호해주고, 자식이 기댈 수 있는 벽이 되어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식의 앞길을 막아서는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자식이 그 벽을 뛰어넘으면 완벽한 성장을 이루게 되지만,만약 벽이 높고 튼튼할수록 그 자식은 부모에게 기대는 습관이 몸에 밴다는 것입니다. 이렇게되면 부모도 행복하지 못하고 자녀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이럴 때는 부모가 먼저 그 벽을부숴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녀의 성장 연령에 맞게 자식의 뜻을 수용하고 인격체로서 존중하라는 말입니다.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는 더 이상 이래라 저래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미덥지 못하고 어수룩해 보이겠지만 과감히 놓아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재산이 많을 때, 인생 경험이 풍부하다고 생각할 때, 집안의주도권을 늦게까지 잡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 감을 때까지 온갖 지시를 내리고 자식을믿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곳간 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겨주는 풍습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빨리 넘겨주는 게 속이 편합니다. 며느리가 적자 운영을 해봐야 살림을 제대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해주며, 축복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일은 자녀 스스로가 판단하고결정하도록....... 이것이 부모와 자식,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길 아닐까요?
글ㅣ'빈 둥지 연습을 하는 부모' 이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