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케시마자료실 입구
(마쓰에=연합뉴스)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중심 도시인 마쓰에(松江)시의 시마네현 제3청사에 있는 다케시마 자료실 입구. 입구 표지판에는 '돌아오라 섬과 바다 다케시마 자료실 시마네현'이라고 적어 놓았다. 표지판 오른쪽 건물 2층에 다케시마 자료실이 있다. 8월12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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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최근 자민당 일부 의원이 울릉도 방문을 시도했다가 입국 거부되는 등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날로 교묘해지고 강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흥분만 한다고 독도를 지킬 수는 없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적을 알고 나를 알면 매번 이길 수 있다)'이라는 옛말처럼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본측의 주장과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연합뉴스는 광복절 66주년을 맞아 2005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을 제정한 시마네현 등지를 찾아가 일본의 최근 움직임을 취재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마쓰에=연합뉴스)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중심 도시인 마쓰에(松江)시의 시마네현 제3청사에 있는 다케시마 자료실.
마쓰에성 부근에 있는 이곳은 원래 현립박물관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시마네현은 2005년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매년 2월22일)을 정한 데 이어 2007년 이 건물 2층 방 2개에 해당하는 공간을 자료실로 만들었다.
기자가 찾아간 12일에도 자료실 문을 열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찾는 이의 발길은 드물었다. 12일 오전에는 기자 외에 노인 한 명이 들러서 자료실을 휙 둘러보고 갔을 뿐이다.
마쓰에시 시민 중에는 다케시마 자료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이가 드물었다. 시내 중심가인 마쓰에역 주변의 음식점 주인은 "이름을 들어보긴 했는데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아마도 시마네 현민회관에 있지 않겠느냐"고 엉뚱한 곳을 알려주기도 했다.
일본 다케시마 자료실에 소장된 한국 서적들
(마쓰에=연합뉴스)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자료실에 조선왕조실록(검은색 커버)을 비롯한 한국 서적들이 빽빽이 꽂혀 있다. 8월12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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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이는 드물어도 자료실에 소장된 자료는 만만치 않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소장 도서 500여권 중 절반 정도가 한국측 주장을 담은 자료라는 것.
동북아역사재단이나 독도본부 등이 펴낸 자료는 물론이고,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책 등도 빠짐없이 갖춰놓았다. 조선왕조실록 전질이나 역사 전문 계간지인 '역사비평'처럼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자들만 보는 자료도 있었다. 단순히 책을 가져다 놓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측의 핵심 주장이 담긴 대목에는 빠짐없이 표시를 해놓았다.
자료실에는 굳이 '일본해'라는 표기를 한 일본측 지도를 가져다 놓지 않고, '동해' 표기가 포함된 한국 지도를 펼쳐놓았다. 지도 옆 설명에는 '일본 지도는 독도를 상세하게 표시한 것이 없어서 한국 지도를 붙여놓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붙여놓았다.
자료실 2개의 방을 잇는 좁은 복도에 붙여놓은 연표에는 일본에 유리한 사실 관계 뿐만 아니라 메이지 정부가 1877년에 '울릉도와 다른 한 개 섬(外一島.독도)은 일본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빠트리지 않았다.
일본 다케시마 자료실 내부의 연표
(마쓰에=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일본 시마네(島根)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자료실 내부에 전시된 관련 연표. 자료실 2개의 방을 잇는 좁은 복도에 붙여놓은 연표에는 '죽도(현재의 울릉도)의 귀속지에 대해 내무성이 판단을 구하자 태정관(메이지 정부)은 이 섬(울릉도)과 다른 한개 섬(外一島)은 일본령이 아니라는 인식을 밝혔다'고 적어놓았다. 8월12일 촬영. 2011.8.14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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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을 설치한 목적이 단순한 홍보·선전에 있지 않고, 일본측 연구자들이 한국측 논리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약점을 찾아내도록 돕기 위한 연구 거점을 만드는데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한일간 주장이 엇갈리는 고(古)지도에는 상세한 설명을 첨부해놓았다. 에도 막부의 지도 중에서 일본 영토에는 모두 색칠을 하면서도 울릉도와 독도에는 색칠하지 않은 지도 옆에는 '당시 일본 영토인데도 색칠을 안 한 곳은 다른 곳도 있었던 만큼 색칠을 했느냐 여부로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적어놓았다.
자료실 입구에는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남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방문했다는 한국측 언론보도 내용을 '한국측 최근 동향'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해놓은 것도 눈에 띄었다.
이같은 작업을 하는 이들은 스기하라 다카시(杉原隆)나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 같은 시마네현 '다케시마 문제연구회' 관계자와 실무자들이다.
시모조는 최근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등 자민당 의원 3명에 앞서 다른 비행기로 울릉도에 가려고 했다가 입국 거부된 학자다. 1983년부터 15년간 주한 일본대사관, 삼성종합연수원, 인천대학교 등지를 전전하며 장기간 한국을 연구한 집념의 인물이기도 하다.
시모조는 최근 "일본의 영토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을 중앙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한국측 자료와 연구의 약점을 찾아낼 연구기관을 더 크게 만들고 자신들의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