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일본이 7일 셔틀외교를 복원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이 본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한일 관계 개선을 디딤돌 삼아 한미일 3국은 북핵 문제 등 안보 이슈에 대한 공조 강화를 적극 추진할 태세다.

특히 한달 반만에 재회한 한일 정상은 한미 간 대북 확장억제 방안을 구체화한 워싱턴선언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에서의 전략적 협력 의지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사과 대신에 마음이 아프다는 유감 표명에 그친데 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한국 전문가 시찰의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어 두 과제가 궤도에 오른 한일 관계 개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민주,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양국이 협력해 공동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리고 양국은 북핵 위협에 함께 노출되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안보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선언은 한국과 미국의 양자 간 합의된 내용이지만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워싱턴 선언은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합의문으로 한미 확장억제 운영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북한 핵 공격 시 미국 핵무기로 신속 대응, 핵협의그룹(NCG) 창설, 핵·전략무기 운영 계획 정보 공유, 한국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 결합 공동작전 기획·실행 협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기적·지속적 전개 등이 골자다. 핵비확산체제(NPT) 협정 준수를 재확인한다는 문구도 넣었다.

대통령실은 워싱턴선언에 대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한국형 확장억제 실행 계획으로 평가하면서 "미국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공유와 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낼 정도였다.

이러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워싱턴선언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은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 간 워싱턴선언은 완결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하고 공동기획과 공동실행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채워 나가야 한다"며 "먼저 이것이 궤도에 오르면, 일본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워싱턴선언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미 양자 간 창설하는 NCG를 3자·4자 협의체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에 기반한 확장억제 방안을 논의하면서 동시에 함께 다룰 수 있는 사안은 협력해 나가는 방식으로 워싱턴선언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기조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로 한자리에 모였던 한미일 3국 정상은 같은해 11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때 다시 모여 대북억제력 강화, 첨단산업·경제안보 연대 등을 골자로 한 '프놈펜 성명'을 채택했다.

그리고 한일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하고, 공동기자회견에서 공식화했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실시간 정보 공유 등 안보협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 정세를 비롯한 지역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어려워지는 가운데 일미동맹, 한미동맹, 일한미 안보협력을 통한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윤 대통령과 인식이 일치했다"고 했다.

한미일은 인태지역에서의 전략적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전면에 내세워 역내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양국의 인태 전략은 미국의 인태전략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인태전략)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사과 대신 유감 표명에 그쳤다. 한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사과와는 거리가 있어 한일 관계 개선에 여전히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 등을 두고 진전된 입장 표명은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사과’ 표현은 빠졌다.

한·일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을 위해 한국 전문가들로 이뤄진 시찰단을 이달 중 파견하기로 합의하며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일정상회담 #윤석열 #기시다 #한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