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준비 실무단(Assembly Staff Group)이 지난 10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제네바로 떠났다. 이들 제네바 실무진의 방한은 WCC 한국측 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실무진에 WCC 제10차 총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컸다.
무엇보다 이번 제네바 실무단의 방한은 WCC 총회 준비를 둘러싸고 빚어진 교단 간 갈등 사태에 갈등을 수습하고, 화해의 단초를 마련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의 방한이 있기 불과 1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WCC 총회준비기획위원회가 해산 절차를 밟고, WCC 총회 준비위원회 구성이 전격 합의된 바 있다. 이견은 뒤로하고서라도 WCC 제 10차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한 회원 교단들의 간절한 염원과 기대가 반영된 결정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방한한 WCC 총회 준비 코디네이터 더글라스 치얼(Douglas Chial)이 한국측 실무진과 실무협의 중 발언하고 있다. ⓒ베리타스 DB |
또 한국측 실무진이 실무협의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 교단들과 공유했고, 제네바 실무진에 ‘마당’을 제안해 더글라스 치얼(Douglas Chial) 총회 코디네이터 등에 깊은 인상을 준 것도 큰 성과였다.
더글라스 치얼은 NCCK 김영주 총무와 WCC 한국측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 김삼환 위원장을 내방할 때, 한국측 실무진이 제안한 ‘마당’ 기획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심지어 "마당이라는 소통과 축제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총회 참석자들은 매우 큰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소인 ‘마당’은 그것 자체로 큰 의미를 갖고 있으며 나아가 에큐메니컬 운동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고도 말했다.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이 토종 ‘마당’ 기획에 푹 빠졌다는 얘기다.
제네바 실무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마당’ 기획에 현재 NCCK를 중심으로 회원 교단들은 테스크 포스팀을 따로 구성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이번 달 말까지 마련해 내년 중순경에 있을 WCC 총회 준비위원회 모임 및 실행위원회 등에 보다 상세하게 제안하겠다는 방침이다. 신복현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사회선교농촌 부장)는 "테스크 포스팀에는 청년·여성 대표가 각각 한명씩 참여하며 회원 교단에서 각 1명씩 참여할 예정"이라며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WCC 총회 본부측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네바 실무진들이 한국측 준비위 및 실무진에 남겨놓은 간단치 않은 숙제도 있다. 다름아닌 사무국 총책임자 선정 문제다. 힘겹게 교단 간 갈등을 수습한 회원 교단들에게 한국측 총회 준비에 있어 실무를 전담하며 총회 코디네이터인 더글라스 치얼과 일대일로 일할 총책임자를 내달초까지 정해달라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 주문이다. 이를 두고, 자칫 회원 교단 간 힘겨루기에 돌입한다면 WCC 총회 준비에 먹구름이 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게 교계 관계자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동안 갈등을 빚어 온 회원 교단들이 WCC 총회 준비위원회 구성을 전격 합의했던 사건을 회고하고, 다시 한번 에큐메니칼 정신을 기반으로 교단 간 한 발자욱씩 양보하는 용기를 발휘한다면 '사무국 실무대표'를 선정하는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WCC 총회 준비가 본격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각 교단들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준비를 해 나갈지 교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