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간 성범죄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관련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는 등 사회 전반의 범죄 감수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 서부경찰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30대 고등학교 교사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학교 안팎에서 같은 학교 제자 5명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지난해 11월 해당 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A교사와 관련해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로부터 추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남학생이 40여명에 달했다.
대전 서구에서는 20대 여성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피해자인 동성의 외투를 벗기고 입맞춤을 시도하며 신체 여러 부위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8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동성 간 성폭력 사건이 끊이질 않지만, 관련 범죄는 통계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 범죄통계 항목에서는 동성 간 성범죄를 따로 통계로 집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남성 비율이 높은 군내 동성 성범죄 통계만 파악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 8월까지의 육·해·공군 및 해병대 동성 간 성범죄 사건 자료를 분석한 결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군 내 동성 간 성범죄 사건(강제추행, 유사강간, 카마레 이용 촬영 등 포함)은 1388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2019년부터 군 내 동성 간 성폭력 피해자는 ▲2019년 264건 ▲2020년 352건 ▲2021년 480건 ▲2022년 1~8월 292건으로 매년 30%이상 씩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동성 간 성폭력을 바라보는 범죄 감수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회나 법조계가 성폭력은 이성간에만 발생한다는 편견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일반적으로 남성의 경우 '남자끼리 어떠냐'는 식의 성적 감수성이 낮은 인식이 강해 동성에게 성적 피해를 입어도 피해자로서 존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통해 동성 간에도 강제적 성적 접촉은 범죄라는 사실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재판기관에서도 동성 간 성폭력에 대한 성적 감수성을 높여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동성 간 성범죄에 대한 낮은 감수성, 편견이 동성간 성폭력 피해 사건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동성간 성폭력에 적용할 제도적 장치가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동성을 강간하면 유사 강간죄가 적용돼 이성 간의 강간죄보다 약한 처벌을 받는다. 강간죄는 징역 3년 이상의 형인 반면 유사강간죄는 징역 2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이라 형량 차이가 난다.
실제 지난해 6월에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이진혁 부장판사)는 피해자 남성을 때려 정신을 잃게 만든 후 항문 성교를 한 60대 남성 A씨에게 강간죄가 아닌 유사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2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현행법에 따르면 강간죄는 남녀 간의 성기 결합을 죄의 성립 요건으로 삼는데 동성이 성폭행한 경우 성기 간의 삽입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유사강간죄가 적용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입장에서 유사강간이라고 해서 고통의 정도 등 피해를 덜 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론화를 통해서 피해의 경중을 따져 유사강간의 경우에도 법정형을 강간죄와 맞추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뉴시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