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얘야, 내가 왜 널 계속 살려 둬야 하니?"라고 물으시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직은 꼭 살아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김남준목사님이 쓴 『게으름』이라는 책, 117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더 이상 책을 읽어나가기가 어려웠습니다. 깊이 사색하게 만들어 준 이 질문은 저를 향한 하나님의 질문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 거룩한 사명, 불타는 열정, 한 영혼을 향한 뜨거운 사랑, 아무리 멋있고 좋은 언어를 다 동원한다 해도, 이민목회를 하면서 상처입고 무기력에 빠진 저를 대변해줄 말은 없었습니다.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난 삶을 되볼아볼 때, 어릴 적부터 교회만 가면 행복했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저에게는 세상에서 교회만큼 좋은 곳은 없었습니다. 잠을 자도 교회에서 자는 잠이 제일 달았습니다. 놀아도 교회에서 노는 것만큼 행복한 장소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맡게 된 중등부 교사. 아이들을 제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때를 생각하면 미소가 번집니다. 그러나 목사가 되고, 조직에 길들여지고, 담임목회를 10년 하면서 저는 지쳐갔고, 열정이 식어졌으며, 사람에 대한 사랑에도 회의적이 되어갔습니다.
단지,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 있다면, 하나님의 은혜 외에는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겸손해지도록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 밖에는 자랑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어느 목사님은 저를 위로하면서, "목회는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야. 하나님께 맡겨"라고 했습니다.애굽을 떠나 미디안 광야로 가서, 처가살이하며 양과 소와 함께 지내면서, 자신의 무가치함을 깨달은 모세와 같은 심정을 느낍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모세가 그렇게 가난한 심령이 되기까지 기다리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절망보다 크지 않습니까?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가게 하시고는 추악한 죄인을 들어서 거룩한 사역을 맡기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가슴으로는 그 사랑의 무게를 다 느낄 수가 없습니다. 십자가 그 사랑의 위대함 앞에서 우리는 고개 숙여 경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즐겁고 행복하고 싶어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보여주시면서, 나를 사랑하사 그렇게 죽으신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십니다. 이제부터는(내 기쁨이나 행복 추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나님의 기쁨을 위해서 살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십니다.
자식 때문에, 결혼도 못 해본 아쉬움 때문에, 벌여논 일이 많아서, 지금 죽을 수 없다는 이런 궁색한 변명을 하기보다는,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 내 영이 기뻐 노래하면서 할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나 때문에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고, 참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단 한 순간만이라도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때문에 즐거워하시고, 미소를 지으시며, 노래를 흥얼거리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보람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생애가 끝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