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5일 이태원역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는 추모를 하러 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은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오후 1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에는 흰 조화가 길을 따라 수북히 놓여 있었다. 경찰과 용산구청 직원들이 1번 출구 앞 한개 차로를 통제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조화를 놓고 추모 메시지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 "희생자 몫까지 바르고 열심히 살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한 환전상은 '학생과 노인, 청년에게는 무료로 드린다'는 팻말과 함께 가게 앞에 조화를 가득 꽂은 플라스틱 통을 놓기도 했다.
인근에 위치한 해밀톤 호텔 앞 골목길에는 여전히 폴리스라인이 쳐있었지만 추모객들은 먼발치에서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탄식하는 모습이었다. 성북구에서 왔다는 60대 여성은 "이렇게 좁은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죽었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자녀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추모객들이 눈에 띄었고, 20대 청년들과 외국인 등 남녀노소를 가릴 거 없이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군 복무 중인 정모(30)씨, 박모(27)씨는 일부러 휴가를 맞춰 나왔다고 한다. 정씨는 "부대에서 뉴스를 본 뒤 직접 가서 애도해야할 거 같아서 왔다"며 "지인 중에 사고를 당한 사람은 없지만 그날 인근에 있었던 친구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와 함께 왔다는 김모(25)씨는 "이태원 인근에 살고 있고 사고가 일어난 날 밤에 근처에서 밥을 먹다가 앰뷸런스 소리를 들었다"며 "주민으로서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추모하러 왔다"고 말했다.
오후 3시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도 조문을 온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조문은 7~10명가량이 앞으로 걸어 나와 준비된 국화꽃을 단상 위에 올리고 약 10여초간 묵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인천에서 온 민모(43)씨는 "아이가 힘들어할 까봐 뉴스를 많이 못 보게 했지만 딸이 '왜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묻는 게 안타까웠다"며 "시민의식이 있는 안전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 자체가 슬프다"고 토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국가 애도기간 종료에도 합동 분향소는 각 지방자치단체 협의에 따라 계속 운영될 방침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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