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이 취임 석 달 만에 50%대에서 20%대로 떨어지면서 반등을 모색하는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계단식으로 떨어진 터라 단번에 반등하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묵묵히' 해야 할 일들을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지난 29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7월4주차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조사(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28%에 그쳤다. 7월2·3주차 조사에서 2주 연속으로 긍정평가가 32%를 기록하며 하락세가 진정되는 듯했으나, 이번주 들어 긍정평가가 4%포인트 떨어지면서 취임 후 처음으로 30%를 밑돈 것이다.
나머지 지표들도 좋지 않다. 단순히 긍정평가가 낮은 것을 넘어 부정평가도 높다. 전주보다 2%포인트 더 많아지면서 62%를 찍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18~29세의 긍정평가는 20%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는 61%로 3배 많았다.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게 나온 연령대는 '70대 이상'이 유일했다. 지역별로 봤을 때도 전통적인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마저 부정평가가 47%로 긍정 평가(40%)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우에도 긍정평가 32%, 부정평가 57%로 크게 차이났다.
문제는 이같은 지지율 하락을 설명할만한 결정적 사건이 없었다는 점이다. 취임 두 달 만에 지지율이 20%대 중반으로 떨어졌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의 한미 정상회담을 무난하게 치렀고, 누리호 발사 성공 등 호재로 평가할만한 사례도 없지 않음에도 지지율 하락세를 멈춰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직무 수행 부정평가가 60% 안팎으로 나오는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고 답하는 모습에 답답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지지율 하락 요인을 찾자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사(人事)다. 장관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와 '만취 음주운전' 전력 후보자 임명 강행 등이 도마에 오른 와중에 인사비서관 아내의 나토(NATO) 순방 동행 논란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까지 연이어 불거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이전 정부보다는 낫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여기에다가 지난 26일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주고답은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 메시지가 노출된 것이 아팠다. 대통령실 '격려' 차원이었다는 권 원내대표의 해명에 힘을 실으며 수습에 나섰으나, '자유의새벽당' 창당 발기인이자 극우인사인 '강기훈'이라는 인물까지 부각되면서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원인이 복합적이고 단기 해법이 마땅히 보이지 않으면서 대통령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힘든 상황"이라는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30~40%대 지지율을 보였던 때와는 또 다른 기류가 읽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휴가를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경찰국 신설 문제나 여당 내홍 등 민감한 현안에 관한 메시지를 차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도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뉴시스에 "원인을 파악하고 있고, 또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휴가 이후 국회의장단 만찬 등을 가지며 국정 운영 동력을 살려나가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규제 개혁, 민생·경제 등 해야 할일을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더 잘할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모든 사람들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 뭔가 하려 한다든가, 지지율이 떨어졌으니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기보다는 당초 하려고 했던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묵묵히 하다 보면 국민도 진정성, 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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