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수사팀이 이 사건과 관련한 명예훼손 고발 건까지 가져오며 판을 키우고 있다. 어떻게든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최근 인천지검으로부터 서해상에서 숨진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이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윤성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사자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넘겨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윤 청장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하고,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 대해서는 각하 처분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유족이 경찰 판단에 이의를 제기, 관련 법에 따라 사건이 인천지검으로 넘어갔다가 이번에 중앙지검에 배당됐다.
유족은 2020년 9월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의 도박 빚 등 채무 총액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공개하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의 월북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가 고발된 사건까지 넘어오면서, 공공수사1부는 국가정보원, 국방부, 청와대 고위급 등 전 정부 주요 기관 인사들을 한꺼번에 수사하게 됐다.
이씨 유족의 서훈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고발 사건, 박지원 전 국정원장 고발 등이 모두 한 수사팀에 집중된 것이다.
검찰 출신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처럼 중대한 사건의 경우 한 곳에서 전담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자연스러운 배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다음 달 정도까지는 결과를 내야 하지 않겠나"라며 "한 곳에서 관련 사건을 모두 처리하는 것이 수사력을 모아 결과를 내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연일 국방부, 해경,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씨 유족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이달 11일 국방부 관계자, 13일 국정원 관계자, 14일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 관리 담당자, 18일 밈스에 감청 정보 등을 공급하는 첩보 부대원들, 19일 해경 관계자들까지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참고인들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언론에 관심이 쏟아지는 만큼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검찰 수사는 이씨 죽음에 대한 판단을 피의자들이 자의적으로 뒤집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전 원장 혐의는 이씨의 자진 월북보다 표류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게 했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삭제한 적 없다"는 입장이어서 혐의 입증을 위해서 검찰은 실제 첩보가 삭제됐는지와 삭제 지시가 내려진 과정 등을 모두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향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은 서훈 전 원장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귀순 의사' 등 일부 표현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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