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송환 결정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의 법리적 검토 결과를 내놓은 사실이 공개되며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 검토를 거쳐 송환을 결정했다던 문재인 정부 주장과 달리 법리검토 주무부처의 부정적 의견에도 북송을 강행한 정황이 확인되며, 이에 대한 소명이 불가피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법무부가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검토했다고 밝힌 법리적 내용을 두고 사실상 송환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법무부는 당시 청와대로부터 탈북선원 북송 관련 법리 검토 요청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상 비정치적 범죄자 등 비보호 대상자에 대해 국내입국지원 의무는 없지만 이미 입국한 이들에 대한 강제 출국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해석을 냈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을 전제로 하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출국 조치 또한 적용하기 어렵고, 사법부의 상호보증 결정 없이 범죄인인도법(제4조)에 따른 강제 송환은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내놨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 어민의 북송을 결정한 배경으로 그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북송 결정에 대한 법적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는 사실상 당시 검토를 통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사건으로 인권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이 접수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역시 "(북송은) 여러 부처가 협의해 법에 따라 결정하고 처리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법무부의 법리적 검토 사항이 공개되며 이 같은 주장은 무색해진 상황이다.
법무부가 내놓은 검토 결과가 사실상 강제 북송에 반대 의견을 담고 있는 만큼, 주무부처의 반대에도 북송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것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북어민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한 사실을 들어 이들을 흉악범으로 규정하고 귀순 의향을 표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지만, 당시 정부가 통상의 조사 절차도 거치지 않고 불과 5일 만에 북송을 결정한 점에 더해 법무부 법리 검토에 따라 위법성 인지까지 하고 있었다면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당시 청와대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리 검토가 이뤄진 계기 자체가 당시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것인 만큼 청와대 측에도 전달됐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국정원의 고발과 협조 속에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북송을 납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반인도적 범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강제 북송의 위법성을 인지한 것이 확인될 경우 정치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했다면) 불법인 사실을 알고 (북송을)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단순한 정치적 책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는 것까지 가능하다"며, "강제송환이란 행위 자체가 일반적으로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고, (탈북어민이) 처형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까지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성향 변호사 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지난 1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살인죄, 직권남용죄 등 5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위원인 전주혜 의원이 통일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해상으로 남하한 북한 주민은 총 276명으로 집계됐는데, 귀순 의사를 밝히고도 추방된 경우는 2019년 강제북송된 탈북어민 2명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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