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성전에는 아직도 고난주간 걸었던 세개의 못과 가시 면류관이 그려져있는 배너가 벽에 걸려 있습니다. 제가 한 달만 더 걸어두기를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좀더 깊이 묵상하고 싶었습니다. 최근에 레위기 제사법을 연구하면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이 의미하는 바를 구약 성경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깊은 은혜를 받습니다. 제사장 위임제까지 포함된 레위기 6가지 제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정확하게 설명해줍니다. 제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과 식물들은 예수님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각 동물이 희생되는 모습 또한 주님의 고난을 심도있게 계시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더 알게 되고, 그 분의 고난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을수록, 점점 더 십자가의 주님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사에서 중요한 것은 피입니다. 피 흘림이 없이는 사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속죄제의 경우 피는 7번 휘장에 뿌려져야 했고 향단 뿔에도 발라지고 단 밑에도 흘려져야 하고 단 뿔에도 발라져야 하고, 위임제의 경우는 제사장의 오른 귀뿌리, 오른 손 엄지 손가락, 오른 발 엄지 발가락에 발라져야 합니다. 제사에서 피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생각하며 우리 주님이 흘리신 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가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 거룩함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찌라" 가 레위기의 주제입니다. 피없이 인간이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없는 이유는 죄를 가지고 하나님 앞에 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즈음 수시로 주님의 피를 묵상하며 제 자신에게 뿌립니다. 피를 뿌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죄를 자백하고 회개하는 것이지요. 레위기 제사법과 각종 정결례는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인간의 죄성을 상기시킵니다. 죄 가운데 출생하여 죄 가운데 사는 인생이기에 인간은 절대적으로 구세주의 보혈을 필요로 한다는 결론으로 레위기는 독자들을 이끕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회개하며 기도할 때마다 주님의 피흘리는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제게 다가옵니다. 어느 날인가는 가시 면류관에 찔려 주님의 이마에 흘러내리는 선홍색의 피, 채찍에 맞아 주님의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주님의 붉은 피가 내 위에 떨어지는 모습이 제 마음에 선명한 영상처럼 스쳤습니다. 그 피가 제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흘러 내려 저의 양심을 씻어주고 죄의 세력을 축출하며, 상처난 마음을 만져주시고 치유해주시며 모든 저주의 멍에를 꺾어주시다가, 그 피는 저를 흘러 저의 딸에게로 흘러가고 이어서 성도님들에게로 흘러가는 환상을 보며 온 영혼에 주의 사랑이 밀려오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어느 날 새벽에는 3개의 못이 확대되어 제 마음에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을 찌른 그 길고 굵은 큰 3개의 못들이 다시 제 가슴을 찌르는 고통을 느끼며 내 자신 십자가에 못박혀야 할 3 가지 요소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님 못박은 3개의 굵은 못들로, 제 안에 아직도 남아있는 세상과 죄와 자아, 이에 관련된 이생의 자랑, 안목의 정욕, 육신의 정욕을 십자가에 못박으며 간절한 기도가 올려졌습니다.
"제가 십자가에 못박힐터이니 다시는 사랑하는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지 않게 해 주세요." 그렇게 기도하며 너무 마음이 아파 한없이 울고 있는데 알 수 없는 평강이 제 안에 밀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들을 받으라는 감동이 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받겠습니다. 믿음으로 받겠습니다." 3가지 못은 마치 주님이 주시고자 하는 3 가지 선물과 연결된 듯, 제 마음에는 즉시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단어들이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주님의 부요함과 능력이 전에 깨닫지 못한 스케일로 제 영혼에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여러가지 기도를 올려드리는데 주께서 응답하신다는 확신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3개의 못은 우리를 세상과 죄와 자아에 대하여 십자가에 못박은 후 하나님의 귀한 선물들을 우리에게 운반하는 통로로 다시 쓰임받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3개의 못을 묵상하며 한 평생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자랑하며 살리라 결심합니다. "그런즉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향하여 그러하니라." 갈 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