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 경상남도 창원의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원자력 공장을 찾았다. 가동이 거의 멈춘 공장을 둘러본 후 윤 대통령은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며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신한울 원전 3·4호기 사업 중단으로 제작이 멈춘 기자재 적재장을 찾았다. 이 원자력공장은 국내 유일한 원전 주기기 제작 공장이다. 여기에는 신한울 3·4호기용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기기 주단 소재들이 그대로 보관돼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4년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한국형 초대형 원전 주기기 제작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윤 대통령은 공장을 시찰하며 "공장이 언제부터 스톱(중단)된 것인가" "투입된 비용이 어느 정도인가"를 물으며 원전 공장의 피해 수준을 거듭 확인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 김종두 전무는 "만약 발전소가 취소가 되면 4900억원 정도가 손실이다"고 윤 대통령에 설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원전산업 협력업체와 만나 업계의 고충을 청취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창원의 원전 부품 업체인 진영TBX를 찾았던 것을 언급하며 "제가 창원에 와서 직접 챙기겠다고 말씀드렸다.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해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 산업이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아주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의도보다 큰 면적의 이 어마어마한 시설을 다 보고, 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현장을 둘러봤다면 과연 그런 의사 결정을 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거듭 약속한 윤 대통령은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를 신속하게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생태계 거점인 창원의 공장이 활기를 찾고 여러분이 그야말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와 기준을 준수하되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효율적으로 수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업계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지금 원전 산업은 고사 직전 상태다. 물과 영양분을 조금 줘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살까 말까 한 상황이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또 "앞으로 외국 정상들 만나게 되면 원전 얘기를 많이 하겠다"며 "세계 원전시장 규모가 1000조에 달하는데 지금 어려운 원전 업계에 응급조치를 취해 살려놓으면, 전후방 연관효과가 나면서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여기 원전 업계는 전시"라고 비유하며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비상한 각오로 무엇보다 일감, 선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라고 했다.
이날 방문에 동행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원전업체는 현재 고사 직전으로 금융지원 대폭 확대 등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감지원 ▲금융지원 ▲기술경쟁력 강화 지원 ▲미래 먹거리 지원 ▲해외진출지원등을 담은 '원전 협력사 5대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가 재개되면 협력사에 제작 물량을 조기 발주하는 한편 선금 지급 등을 통해 사업정상화를 도울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또 협력사와 상생을 위해 국내외 소형모듈원전(SMR) 제작 물량을 확보해 기자재 공급망을 구축하고,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원전 연계 수소설비사업에도 공동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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