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한국·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아울러 당사자인 북한은 미국 주도의 추가 제재 추진이 자주권을 침해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조현 유엔 주재 한국 대사는 8일(현지시간) 유엔에서 지난 5월26일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 무산과 관련, "안보리는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라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기대에 부응할 기회를 놓쳤다"라고 개탄했다.
앞서 5월26일 유엔 안보리는 미국 주도로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파기 등 북한 도발과 관련해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다. 그러나 13개 국가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결국 결의안 채택은 무산됐다.
조 대사는 "일각에서는 안보리의 침묵이 북한의 자제와 대화를 이끌어내리라고 주장한다"라며 "반대로 우리는 올해 역대 최다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목도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일 북한이 무려 8발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점도 언급됐다.
그는 "13개 안보리 이사국이 표명한 입장은 이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의견 수렴을 보여준다"라며 "이는 북한의 계속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나타내는 엄숙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한국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북한의 반복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데 국제사회와 함께한다"라고 했다. 또 북한 문제 대응 책임은 특정 일부 국가만이 아니라 안보리의 집단적 몫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이런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고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대화 요구에 응답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추가 제재안을 주도한 미국에서는 제프리 드로렌티스 부대사가 나섰다. 드로렌티스 부대사는 "올해 초부터 북한은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라며 ICBM 모라토리엄 파기 등을 거론했다. 이어 "개개의 모든 발사는 합의로 채택한 다수의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다"라고 했다.
드로렌티스 부대사는 "이런 도발에 대응해 중국과 러시아는 비토권을 행사함으로써 북한에 승인의 표시를 내비쳤다"라며 "(결의안 부결) 불과 8일 후, 북한은 8발의 탄도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정도로 대담해졌다. 이는 북한 역사상 한 번에 이뤄진 최다 탄도미사일 실험"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이 모든 일은 북한이 잠재적인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 역시 지난 5월26일 표결을 두고 "13개 안보리 이사국이 자신들의 표로 세계 비확산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약속을 표현했다"라고 평가했다.
드로렌티스 부대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 "비토권을 행사한 데 대한 그들의 설명은 불충분했고, 신뢰할 수 없으며, 설득력이 없었다"라고 질타했다. 또 "이들 비토는 우리의 집단적인 안전과 안보에 기여하려 행사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제재는 영구적으로 설계되지 않았다며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제재 완화를 논의하는 데 준비 그 이상이 돼 있다"라고도 말했다. 다만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행동을 할 때까지는 제재에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오다와라 기요시 외무성 부대신이 나섰다. 그 역시 지난 5일 북한의 8발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무더기 발사를 거론, "최근 10년에 걸쳐 최다"라며 "이는 안보리가 북한의 엄청난 안보리 결의안 위반에 대응해 행동을 취하지 못한 후 10일 이내에 벌어졌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안보리의 강력한 대응이 없는 상황을 이용이라도 하듯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속하고 있다"라며 안보리 상황이 북한을 대담하게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취지로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를 두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한반도 현 정세는 긴박해졌다. 이는 중국이 원치 않았던 일"이라며 "이는 주로 미국 정책의 표변과 이전 대화 결과 준수 미비,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 묵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치적 합의와 대화, 협의라는 보편적인 방향을 따라야 한다"라며 "제재 부과와 압박 행사라는 낡은 접근법을 버려야 한다. 제재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사는 아울러 자국과 러시아가 함께 발의했던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거론, "북한의 인도주의적·생계적 어려움을 완화하고 한반도 문제에 관한 정치적 합의에 모멘텀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며 "모든 당사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지지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안나 이프스티그니바 부대사가 "대북 제재는 여전히 그 자체로 남아있고, 한반도 정세 전개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도구가 되지 못했다"라며 "북한에 제재 압박을 강화하는 일은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 결과의 관점에서 극도로 위험하다"라고 했다.
이프스티그니바 부대사는 "우리는 대북 신규 제재 도입이 막다른 길이라고 반복해서 말해 왔다"라며 "우리 서방 동료들은 북한 당국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미국이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북한의 반복된 요구는 완전히 무시한다"라고 했다.
이날 총회에는 당사자인 북한도 참석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미국이 추진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 북한의 자주권을 겨냥했다며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불법적인 행위로, 단호하게 거부하고 비난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그간 도발을 "자기 방위를 위한 훈련",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주 국가의 권리"라고 강조하고, "한반도와 역내의 미래 잠재적 안보 위기와 빠르게 변화하는 정치·군사적 상황에 대비하려는 의도"라며 "우리 내정과 자주권에 속하는 일이자 자기 방위 선택지"라고 했다.
그는 이날 미국이 실질적인 적대 정책 포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유엔 안보리가 이중잣대를 취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왜 미국의 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 실험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거나 비난을 받지 않는가"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 5월26일 안보리에서 표결에 부쳐진 북한을 향한 제재 결의안 초안은 북한에게서 자주권과 존재, 개발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미국의 불법적인 적대 정책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이중잣대와 불공정이 계속된다면 유엔 안보리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방 역량을 강화하려 북한이 취하는 조치는 미국의 적대적 위협에 맞선 불가피한 선택지"라고 거듭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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