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법안 대응 방식이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오수 검찰총장의 면담을 기점으로 '사퇴 불사'에서 '적극 의견 개진'으로 선회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 직접 의견을 내라"는 당부에 검찰 지휘부가 동의하면서다.
19일 청와대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김 총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 직접 의견을 내라"며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30분간 긴급회의를 연 전국 고검장들은 이런 내용의 면담 결과를 전해 들은 뒤 "국회에 제출된 (검수완박) 법안에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어 심각한 혼란과 국민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총장에게 이러한 의견을 전달하고, 향후 국회에 출석해 검찰 의견을 적극 개진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는 입장을 냈다.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할 뜻도 밝혔다.
당초 '고검장 총사퇴'까지 거론됐던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의 김 총장 사표 반려와 면담으로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고검장들이 사퇴가 아닌 검찰에 남아, 검찰 의견을 국회에 적극 개진하겠다는 결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고검장 회의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됐다. 김 총장은 고검장 회의 전날(17일)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고, 이튿날 오전까지 휴대전화를 꺼둔 채 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낮 12시께 청와대에서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면담 요청에 응하겠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김 총장은 오후 2시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면담 준비에 들어갔다.
같은 시각 긴급회의를 진행 중이던 고검장들은 오후 5시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 결과를 듣고, 회의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고검장들은 오후 7시께 면담을 마치고 돌아온 김 총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전해 들은 고검장들은, 오후 7시50분께 청와대의 면담 결과 브리핑이 나오자 20여분 만에 "총장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청와대 입장을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찰의 자기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수사능력을 신뢰한다고 했다"며 "국민을 위한 입법을 강조한 건 민주당을 향해 (법안 추진을)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검찰 내부의 이런 해석이 '의견을 개진하자' 쪽으로 검찰 지휘부 뜻이 기우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으로 시작된 검수완박 갈등 국면은, 8일 대검의 검수완박 반대 공식 입장 표명과 고검장 회의·지검장 회의로 이어지며 반발 수위가 높아졌다. 검찰총장이 지검장 회의 모두 발언에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며 '집단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대통령 면담을 기점으로 검찰이 대응 방법을 바꿀 것으로 점쳐지면서, 향후 검찰 지휘부는 민주당 내에서 나오는 이견이나 국민의힘의 반대 논리 등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전국 평검사들의 검수완박 대응 회의가 예정돼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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