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이 무려 213시간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진화됐다.
이 산불은 역대 최장 기간, 최대 피해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13일 오전 9시 현장지휘본부 브리핑에서 "울진 산불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며 "피해 구역이 워낙 넓어 남은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총 9일간 진행된 울진 산불은 울진지역 4개 읍면과 강원 삼척지역 2개 읍면이 잠정 피해 지역으로 확인됐다"며 "총 진화 소요시간은 13일 오전 9시부로 총 213시간이 경과해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됐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 일원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2만923㏊의 산림피해와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 등 총 643개소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로 집이 불에 타면서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산불 영향구역도 2만923㏊(울진 1만8463㏊, 삼척 2460㏊)로 역대 최대 규모로 조사됐다.
최 청장은 "산불이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울진 한울원전과 강원 LNG 가스기지 등 국가시설과 인구밀집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설물과 민가 보호에 우선 주력했다"며 "산불이 천년고찰 불영사 인근까지 남하해 이를 저지했고, 소광리에 있는 수백 년 자란 금강송 군락지 근처까지 산불이 확산됨에 따라서 핵심 구역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했다"고 그 동안 경과를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산림 피해는 많이 커졌지만 한울 원전, 삼척 LNG 가스기지 등 국가기간시설과 불영사와 금강송 군락지 등은 아무런 피해 없이 지킬 수 있었고 다행히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청장은 "진화 과정에 어려웠던 점은 산불 발생 초기에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계속 불어 저녁 무렵 울진원전을 지나 강원 삼척 원덕읍까지 확산돼 불가항력적으로 피해 구역이 급속히 확산됐다"며 "주요 시설을 우선 진화한 후에 산림지역 진화에 나섰지만, 짙은 연무와 현장의 연기로 헬기 진화에도 애로가 많았다"고 진단했다.
또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와 이어지는 삼척 응봉산 자락은 해발 고도가 높고 절벽지와 급경사지로 이뤄져 인력 접근이 매우 곤란했다"며 "주로 헬기에만 의존해야 했다는 점이 진화의 어려운 점이었다"고 역설했다.
산림당국은 주불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청장은 "오늘 내리는 비가 잔불을 꺼주면 좋겠지만, 비가 적게 내릴 것에 대비해 헬기 20대, 야간 열화상 드론 6대를 대기하고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며 "이 시간부터 정부는 진화대응단계를 수습·복구 단계로 전환해 피해 조사와 피해 지역 주민의 조기 생활 안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림당국은 산림분야 조사복구추진단을 구성해 신속한 산림 피해 조사와 산사태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응급복구, 경제림 조림·산림생태계의 복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이재민들은 마을회관과 덕구온천호텔 등 총 21개소에 마련된 임시거처에서 머물고 있다.
경북도·울진군은 이재민들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컨테이너주택을 지원할 방침이다.
울진군은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위해 긴급복지 생계비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피해 가구 중 재산 기준 1억3000만원 이하, 금융자산 1인 가구 기준 726만원 이하, 4인 932만원 이하다.
생계비 지원 금액은 1인 가구는 48만8800원, 4인 가구 130만4900원이다. 주소지 읍면사무소에 신청하면 되고 접수 순서대로 지원한다.
역대 최장, 최대 규모 산불로 기록된 울진 산불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산림당국과 경찰 등은 이번 산불과 관련 실화 의심 차량 소유주와 주소지 정보를 확인했다. 산림당국과 경찰은 발화 시점을 전후해 발화 지점 인근 도로를 지나간 차량 4대의 번호와 차종 등을 파악해 놓은 상태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이 울진군 북면 두천리 도로가에서 최초로 발생한 점을 감안해 도로를 지나던 차에서 던진 담뱃불 등에 의한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발화 지점 인근이 모두 불에 타 현장조사를 통한 단서 확보는 물론 원인규명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당국은 "산불이 진화된 만큼 피해 조사와 함께 실화 여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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