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후보가 지난 1월 이후 지지율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윤 후보가 안 후보에 차기 정부에 일부 조각권을 부여하는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고 두 후보가 단일화를 결정 짓는 '담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담판론의 변수는 단일화 반대론자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당내 일각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다.
◆尹 "安, 나와 방향 같다…단일화는 둘이 결정"
윤 후보는 이날 보도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라는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고 먼저 손을 뻗었다.
이어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당 내부도 "자강론 안돼"…安, 에둘러 尹 입장 촉구
당 내부에서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권교체동행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은 YTN라디오에서 "단일화 공론화 방식은 시한이 지났다. 지금은 정치적 결단 차원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윤 후보의 결단을 압박했다.
단일화에 부정적인 이준석 대표를 향해서도 "우리 힘으로 계획대로 잘 가고 있는데 굳이 분열을 만들 필요가 있나, 또 세대의 연합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겨야 한다는 의견으로 반문으로 가면 일부가 이탈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손해볼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원희룡 정책본부장도 한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단일화 여부로 박빙 승부가 갈릴 수 있다.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일화 필요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던 윤상현 의원은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자강론을 펼칠 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다. 이는 섣부른 자신감이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라며 "지금부터라도 당장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고 촉구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 후보는 스스로 이렇게 얘기했다. '99가지가 달라도 한 가지, 정권을 교체해야 된다는 뜻만 같다면 모두와 손을 잡을 수 있다'. 저는 윤 후보의 뜻을 믿는다"고 말했다.
당내 인사들에 이어 후보 본인까지 협상 여지를 남겨두면서 단일화에 선을 그었던 권영세 정책본부장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권 본부장은 "(단일화) 배제할 생각이 없고, 방식에 있어서 떠들고 하는 것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후보가 핵심적으로 관여해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리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정책본부 관계자는 뉴시스에 "단일화를 아예 배제하고 가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안 후보도 "이런 문제는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와 사전에 협의를 한 일은 없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의 공개적 의견 표명을 촉구하는 취지로도 읽힌다.
◆내홍 수습 과제… 이준석 "단일화, 패배자 언어"
윤 후보가 단일화 협상 결단을 내릴 경우 이준석 대표를 포함해 '자강론'을 강조하는 인사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가 과제다.
실제로 이 대표 측에선 불쾌감이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는 "단일화는 2등, 3등 후보가 하는 것", "안 후보의 고독한 결단을 기대한다", "단일화는 패배자의 언어" 등 거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은 "1등으로 달리고 있는 윤 후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마치 단일화만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저기 거간 역할을 해 보려는 분들이 나서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도, 우리 당에게도, 우리 후보에게도 정치적으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담판 협상' 가능성 긍정…李 적대감은 "전략"
전문가들은 후보 등록일(13~14일)에 임박한 시기를 고려했을 때 두 후보 간 '담판 협상'이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봤다. 안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에 대해선 "당 내부에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현재로서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은 담판 (협상)밖에 없다"며 "담판을 하면 공동정부 꾸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되겠나"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대해선 "안 후보 입장에서는 불쾌할 거다"라며 "당 내부에서 정리를 해야 한다. 정리가 안 되고 말만 나오면 단일화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후보가) 진짜 이기기를 바란다면 단일화는 필수"라면서도 "(지방선거) 공천까지 걸려서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를 향한 이 대표의 적대적 태도에 대해 "협상 전략의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국면에서는 기싸움의 측면이 강하다"며 "단일화가 담판으로 결정되지 않을 경우 여론조사를 한다. 그 때는 여론몰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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