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사거리 약 5000㎞ 수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쐈다. IRBM은 사거리 5500㎞ 이상인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에 비해 한 단계 낮은 무기다. 북한이 대미 위협을 고조시키면서 미국 바이든 정부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52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비행 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000㎞로 탐지됐다.
이번 미사일은 2017년 발사됐던 IRBM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7년에 화성-12형을 5월14일과 8월29일, 9월15일에 잇따라 발사했다.
IRBM은 사거리가 3000~5500㎞인 탄도미사일이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ICBM은 사거리가 5500㎞ 이상이다. IRBM보다 한 단계 낮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은 사거리가 1000~3000㎞,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은 300~1000㎞,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은 300㎞ 미만이다.
군도 이번 미사일이 화성-12형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2017년도 발사 사례와 거의 유사하다"며 "차이가 있는 것은 고각과 추진체 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화성-12형이 발사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 5월 발사한 화성-12형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비행한 것으로 볼 때 화성-12형 또는 이를 일부 개량한 화성-12형 계열의 신형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일단 고각발사 궤적으로 봐서는 IRBM인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며 "고도가 2000㎞까지 올라갔다면 극초음속 활공비행체는 아닌 듯하다"고 설명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해 9월28일과 올해 1월5일, 1월11일 등 3회에 걸쳐 화성-12형의 1단 발사체를 단축한 형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며 "이 때 관련 활동의 의도를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활동 재개 및 대륙간 탄도탄 재진입체 기술확보 목적 의심 가능'으로 평가한 바 있다. 오늘의 추정 화성-12형급 미사일의 활동 역시 이 같은 활동의 연장선상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압박을 강화한 점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9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모라토리엄을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30일 ICBM에 근접한 화성-12형 IRBM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로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고 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오늘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1000~5000㎞ 내 전략적 대상에 대한 타격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며 "미국 본토, 미 태평양 함대, 미 제7함대, 주한미군 등에 대한 핵 선제 및 보복 능력의 고도화를 구체적 목표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북한 의도를 분석했다.
홍 실장은 또 "연초부터 7차례에 걸친 발사는 1만5000㎞ 내에 있는 전략 대상에 대한 타격 능력을 사정거리별로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사거리별 다종화, 다층화된 무기 발사 행보를 통해 '불가역적 핵고도화'. '비핵화의 현실적 불가능성 인식', 향후 '대미 제한적 핵군축'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고 평했다.
북한은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을 하기 전에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홍민 실장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모라토리엄 파기 최종 결정 전 단계적 압박 수위 높이기, 한미와 국제사회 대응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예비동작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공식적 파기 선언의 충격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며 국제사회의 반응을 보기 위한 용도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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