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출제 오류가 맞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수험생 A군 등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수능시험 정답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문제의 객관적 하자가 있지만 정답을 구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평가원 측 주장에 재판부는 "거듭 계산을 정확하게 한다면 조건이 잘못된 것을 직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총 20문제를 푸는 수능에서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건이 잘못 제시된 하자는 평균적 수험생 입장에서 답을 정하는데 실질적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답을 고집한다면 수험생들에게 앞으로 쓸데없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하고, 깊이 파고들수록 불리해지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문·이과 통합형으로 처음 시행됐다. 수능 이후 76개 문항, 1014건의 이의가 제기됐지만 평가원은 출제에 오류가 없다며 같은달 29일 최종 정답을 변동없이 확정했다.
이후 일부 수험생 및 학원가를 중심으로 "생명과학Ⅱ 20번 제시 문항에 모순이 있어 문제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 멘델집단을 가려내 옳은 선지를 구하는 문제다.
출제오류를 지적하는 이들은 계산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기 때문에 보기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항에는 156건의 이의가 제기됐으나 평가원은 "문항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 학업 성취 기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했다"며 정답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수험생들은 "평가원은 문항이 정답 선택에 있어서 방해가 안 된다고 했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정답 선택이 아니라 아예 답을 못 고른다"며 정답결정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평가원은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 국내 최고 전문가 16명이 실명으로 참여해 정답 결정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지난 9일 "신청인들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금전 등으로 보상할 수 없는 대입 합격 여부 결정이라는 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생명과학Ⅱ 영역 점수 부분은 공란인 성적표가 10일 발행됐다.
당초 재판부는 오는 17일 본안 소송 선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학사일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로 선고기일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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