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숨진 채 발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 황무성 전 공사 사장 '사퇴 압박'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뇌물 혐의가 담겼지만, 그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사업 추진 때 임기가 남아있던 황 전 사장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시장님 명"이라며 현 대선 후보인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윗선'의 연루 가능성을 규명할 주요 연결고리로 지목됐던 인물이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께 유 전 본부장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과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구속기소), 당시 이재명 시장 등을 거론하며 사표를 받아내려 한 정황이 담긴 대화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황 전 사장은 이들이 자신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한 뒤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개발 사업을 주도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사표 제출을 거절하는 황 전 사장에게 "사장님은 너무 모른다. 순진하다"며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일. 시장님 얘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가 대장동 특혜 의혹 등에 개입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이 발언이 실제 이 후보의 지시를 의미하는지, 단순히 사퇴를 거부하는 황 전 사장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표현인지는 검찰이 규명해야 할 대상이었다.
앞서 시민단체는 이 후보와 정 전 실장 등을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검찰은 이와 관련해 당시 공사 인사실장과 인사팀장 등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특히 당시 황 전 사장의 퇴직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는 의혹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황 전 사장→유한기 전 본부장→유동규 전 본부장→정 전 실장→이 후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실제 있는지 추적하려는 작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사 안팎에선 유 전 본부장이 앞서 구속기소된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공사 내 2인자를 뜻하는 '유투'로 불렸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당시 성남시의 정 전 실장과는 유동규 전 본부장만이 거의 소통했고,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과 접촉해 '윗선'의 말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1차 평가위원장, 2차 평가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당초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께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대장동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관련 로비 명목으로 앞서 기소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와 정영학 회계사(5호 소유주) 등 대장동 사업자들로부터 뇌물 2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오는 14일 구속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망하면서 윗선 규명 작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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