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델한인교회 손인식 목사

성경에서 갈릴리 해변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한 사랑을 고백하던 곳입니다. 레이크 엘시노 호수 위에 자리 잡은 갈릴리 수양관도 그런 배경 때문인지 지금까지 수많은 분들이 주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한 사랑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일 저녁과 월요일 오후에 걸쳐 갈릴리 수양관에서 열린 목회실 수양회의 가장 폭발적인 사건 또한 목사님 부부들의 사랑 고백이었습니다. 목회자 자녀까지 83명이 참석한 이번 수양회는 사실 빡빡이 짜인 보통의 수양회 스케줄 보다는 그동안 지치고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모처럼 편히 쉬어보게 하는 느슨한 진행 스케줄이었습니다. 산에 도착한 후 목회자들끼리 대화하고 기도하며 환한 웃음 속에 어울리고 끼니때마다 C전도사님이 만들어 주시는 성대한 음식들을 즐기며 저녁 집회를 모이게 되었습니다.

모임을 이끌던 제가 문득 우리 이런 기회에 부부마다 모처럼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을 공개적으로 갖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남편 목사님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머쓱해지는 느낌들을 보았습니다. 뭘 쑥스럽게 그런 순서까지 공개적으로 갖느냐 하는 의아한 반응들도 약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 보니 분위기는 완전히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의자에 앉은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사랑을 고백한 P목사님이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습니다. "여보, 미안했어. 정말 당신을..."하고 몇 마디 입을 열던 P목사님이 갑자기 목이 메며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의 눈물은 오래갔습니다. P목사님의 사모님이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 모든 목회자 부부들이 함께 울고 있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깊은 사랑 고백의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목회자마다 아내 앞에 꿇어앉으면 눈물들이 터지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미안한 것들이 많았는지, 왜 그토록 마음을 아프게 했었는지, 그리고 왜 그리도 인색하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었는지..결국 남편 목회자들이 고백하는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목회하느라 바쁘고 긴장해서 당신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다", "밖에서 뛰는 바람에 안의 일은 모두 당신의 몫인데 오히려 고마워하지 못했고 위로해 주지 못했다" 등등으로 그날 밤사랑의 고백들은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나중에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저 역시 젊은 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 앞이라는 것도 상관없이 흐느껴 울며 아내의 무릎에 얼굴을 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장 두 시간이 넘게 계속된 갈릴리의 사랑 고백이 다 끝난 후, 우리는 마치 안개가 걷힌 푸른 초장에 함께 거닐고 있는 청순한 부부 같은 기분에 빠져들었습니다. 눈물들을 닦고 다시 웃기 시작하며 "어느 목사님의 고백이 제일 뜨거웠다", "닭살이 돋았다" 등의 멘트들이 오가다가 내린 결론은 오직 한가지였습니다.

이런 시간을 우리 목회자 부부들만 가지는 것보다 교회 내 모든 셀교회에서 모든 부부가 같은 체험을 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벌써 그런 순간들을 상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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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식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