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계사년을 한국의 간지로는 뱀띠 해라 한다. 무지한 탓인지 오십대 중반의 나이를 먹었으면서도 뱀띠가 있었나 하고 의아했다. 십이 간지 중에 하나면 열두 명 중에 한 명은 뱀띠라는 말인데 나만 해도 다섯 형제 그 외 지금까지 사귀어온 많은 친구들 중에 스스로 뱀띠라고 소개한 사람을 만나본 기억이 별로 없는 까닭이다.
뱀이라는 띠의 상징이 썩 좋지 않은 까닭에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은 까닭일까? 어쨌든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도 새해를 맞아 뱀의 좋은 점을 홍보해 보려고 애를 쓰는데 약간은 궁색해 보이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상상으로 지어놓은 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장 확실한 것은 새해 2013년은 하나님이 우리 모두에게 주신 새로운 축복의 시간이요, 사명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런즉 모두가 기쁨으로 이 새해를 맞이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13년 새해를 맞는 기분이 예년에 비해 훨씬 기대가 많이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몰아치면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어 있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록적인 경기침체로 말미암아 많은 가정들이 힘들어했다. 경기침체의 여파는 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교회마다 많은 교인들이 직장을 잃고 소득이 줄어 어려움을 겪었고 그 중에는 심각한 상황에 까지 이른 교회들도 더러 있었다.
우리 교회가 이 어려운 기간 중에도 큰 경제적 어려움이 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요, 교회를 내 몸처럼 아끼는 성도들의 헌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교회에 속한 가정들이 어려운 시간을 지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잘은 모르지만 금년을 기점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도약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워낙 오랜 경기침체인 터라 세계적인 경제학자들도 함부로 낙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이 요즘의 사정이긴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말에 따르면 바닥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무엇인가 변화의 기운이 보인다는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영적으로도 금년 한 해는 무엇인가 바닥으로부터 서서히 솟아오르는 느낌이 있다. 금년도 신년 특별새벽기도회는 교회의 가장 어린 아이들로부터 노인까지 삼세대가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었다. 하지만 과연 어린 아이들까지 나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새해 첫 새벽 기도회에는 그야말로 교회 역사상 가장 많은 어린 자녀들이 출석을 해서 함께 기도를 했다.
어찌 홍보가 잘 됐는지 일곱 살짜리 우리 막내까지 새벽기도에 나가야 한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아는 한 금년도 특별새벽기도회에는 두 살 어린 아이부터 구십 노인까지 함께 참여했고 전체적으로도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온 교회가 한 마음 한 뜻이 된다면 올 한 해는 새로운 부흥의 해가 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믿음의 사람들은 영통(靈通)하면 물통(物通) 즉 언제나 영적인 것이 물적인 것에 우선하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다. 비록 아직 손에 잡히는 것들은 없다 할지라도 영적으로 깨어 일어나기 시작하면 다른 모든 것들도 아울러 흥왕하게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금년 한 해는 먼저 신령한 축복으로 우리 자신을 가득 채워보자.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더 하게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