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장애인개발원 산하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발간한 '팬데믹(COVID-19)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돌봄 부담이 가중된 현실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고서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 전후의 일상생활 변화, 사회적 관계, 취업, 복지서비스 이용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해 777명의 답변을 받았다.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는 발달장애인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9%는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응답자 다수는 병원을 찾더라도 감염 위험에 대한 걱정이 크고,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병원 이용에 제한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심리적 어려움도 두드러졌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있어 달라진 감정 두 가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답답함'이 36.6%로 가장 높았고 이어 '분노'(22.7%), '무기력'(14.7%), '불안'(13.1%) 등의 순이었다.
특히 부모들은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들의 부정적 행동이 늘어나는 데 우려를 표했다.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치는 행동이나 물리적 환경에 손상을 입히는 행동을 포함한 '도전적 행동' 변화를 비교한 결과 타인을 해치는 '타해 행동'이 있다는 응답은 코로나19 이전 56.6%에서 이후 64.1%로 늘었다.
연구진은 "자폐 성향이 클수록 일상의 패턴이 무너지면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어하며 자해, 타해 행동, 도전적 행동이 심해진다"며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통학 중지, 복지관 휴관, 활동지원사 방문 중단 등의 조치가 반복되다 보니 자해·타해행동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집에 머무르는 이유로는 '코로나19로 휴관 또는 휴업해서'(34.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28.6%), '갈 곳이 없어서'(11.3%)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시기를 전후한 외출 횟수를 보면 평균 4.96회에서 2.75회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일주일간 이웃이나 친구와 교류한 횟수가 몇 번인지는 묻는 문항에서는 54.1%가 '없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발달장애 가족을 돌보는 일이 '훨씬' 또는 '약간' 어려워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69.7%에 달한다.
코로나19 발생 전후를 나눠 발달장애 가족을 직접 돌보는 데 쓰인 시간을 비교해 보면 평일 돌봄 시간은 평균 8.87시간에서 13.68시간으로 늘었고, 주말 돌봄 역시 14.93시간에서 17.10시간으로 증가했다.
더욱이 보호자들이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5점 척도)는 평균 3.08점에서 3.31점으로, 우울(4점 척도)은 평균 1.66점에서 2.13점으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그동안 가족이나 돌봄 종사자들의 노력으로 버스를 타거나 학교 수업을 듣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을 시켰는데 감염 위험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또다시 같은 교육을 해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수업과 서비스 제공은 국가가 제시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었음은 분명하지만,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돌봄 서비스 형태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아직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며 "돌봄 부담을 가족과 사회가 함께 분담할 수 있는 구조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 현황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발달장애인은 24만8400명이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등록 장애인(263만2652명)의 9.44%를 차지하며, 해마다 그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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