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의 대림절과 성탄절기에 등장하는 성서화는 '수태고지'와 '이새의 나무'이다.
이 두 주제가 한 폭의 성서화에 담긴 것이 바로 이사벨라 성무일과서(The Isabella Breviary )에 있다. 이 필사본은 런던 대영도서관의 가장 귀한 보물이다. 키스티예 왕국 이사벨라 여왕의 기도서였던 이 필사본은 농후한 채색과 아름다움으로 플랑드르 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성무일과서를 그린 대표화가는 드레스덴기도서의 장인 (Master of the Dresden Prayer-book )이며 그 외에도 카스티예의 요안나 여왕기도서를 만든 제라드 호렌보우트 (Gerard Horenbout )와 제라드 다비드 ( Gerard David ) 등 플랑드로의 거장 6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서화는 우선 수태고지 (Annunciation )의 모습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수태고지란 가브리엘 대천사가 처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고 알려주는 것을 말한 다.
그림에서 보면 푸른 날개와 초록색 예배복을 입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왼손에는 왕을 상징하는 홀(막대) 을 들고 있는데 그 끝에는 하나님과 인간의 연합 즉 그리스도의 육화 (사 람 되심) 메시지를 들고 있다. 천사의 오른손은 고대세계의 철학자들의 모 습에서 따온 것 같은 기도하는 자세로 성령으로 잉태함을 고하고 있다.
그 반대편의 성모 마리아는 푸른색 튜닉코트를 입고 두 손을 합장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처녀를 상징하는 긴 머리털에 눈은 겸손하나 당황스런 표정으로 천사가 들고 있는 글귀를 향해 약간 고개를 돌리고 있다.
마리아의 머리 위에는 작은 흰 비들기가 보이는데 이는 성령의 모습이다.
마리아 뒤쪽에는 카롤링거왕조미술과 오토왕조미술의 전통에 따라 작은 책상 위에 마리아가 읽던 책이 펼쳐져 있다.
카롤링거왕조미술(Carolingian art)은 800년에 신성로마황제가 된 카롤대제(샤를마뉴)의 궁정을 둘러싸고 8세기 말부터 9세기 말까지 전개된 미술이다, 그리스도교를 주제로 하여 고대 및 비잔틴문화를 부흥시키고자 한 '카롤링거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오토왕조미술(Ottonian art)은 중세시대 작센왕조의 오토대제 치하(963-1024)에 번영한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미술이다. 복음서 기도서 등그리스도교의 예배용 서적을 장식하는 사본화(미니어처)가 융성했던 특색이있다.
천사와 마리아 앞 쪽에는 그 당시 플랑드르 기도서의 전형대로 펴 놓은 텍스트 두 권이 보인다. 성무일과서의 카렌다가 아닌 전면도판에도 그림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넣는 것 이다. 오른쪽 책은 기도서이고 왼쪽은 시편이나 구약성경의 예언서를 인용하여 기록한다.
이제 그림 가운데 부분에 위치한 '이새의 나무( the tree of Jesse)'를 살펴보자.
이새의 나무는 이사야 선지자가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 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는데 이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예수탄생계보를 형상화 하였다.
다윗왕의 아버지인 이새가 옥좌에 앉아 잠들고 있다. 그는 3 세기 경 부터의 전통에 따라 황제의 복색을 갖추었으며 그의 등으로부터 한 나무가 뻗어 올라가고 있다.
다윗왕과 솔로몬왕 등 후손 임금 12인은 모두 왕의 복장을 한 채 나뭇가지에 피어난 꽃봉오리 위에 반신상으로 앉아 있다. 메시아는 다윗왕의 혈통으로 오실 것임을 의미한다. 도상학상 꽃봉오리는 고대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화와 동양의 불교에서 유래된 모티브로 보고 있다.
나무 꼭대기에는 아기예수를 안고 성모가 서있다. 나무의 큰 줄기가 감싼 가운데 수태고지 때와 같은 의복으로 마치 나무 몸통이 계속 자라나는 형상이다. 성서화에서 푸른색은 하나님께 대한 충성을 의미한다.
나뭇가지가 대각선으로 십자가 모형을 만든 정상에는 꽃봉오리 가운데 후광에 싸인 젊은 예수님의 반신상이 있다. 7세기 이후 정립된 승리와 권능과 정의를 상징하는 전통적 로마황제의 도상으로 그리고 있다. 이것은 '이새의 뿌리 곧 열방을 다스리시기 위하여 일어나시는 이가 있으리니 열방이 그에게 소망을 두리라(로마서 15장 12절)'는 성경의 기독론에 따른 황제도상이라 하겠다.
그림의 둘레에 장식된 나뭇가지는 지중해연안이 원산지인 여러해살이식물인 아칸사스(acanthus)이다. 톱니모양의 잎이 달린 두 줄기를 대각선 십자가 모형으로 묶어 놓았다. 은회색 잎과 주황과 파랑색의 아름다운 꽃이 핀 이 식물은 그리스 로마시대 이래 장식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이 도판에는 15 세기 후반에 있던 곤충과 새까지 섬세하게 그려 넣어 황금색 바탕과 어울려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성무일과서가 이사벨라여왕의 소유가 된 경위는 1497년 경에 자녀 2명의 결혼기념물로 프란시스코 데 로하스(Francisco de Rojas) 대사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녀는 남편인 아라곤왕국의 페르난도(Ferdinand of Aragon) 2세와 함께 카톨릭부부왕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이 부부는 1492년 역사적인 두 사건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라나다를 점령하여 이슬람국가들이 영향력을 상실한 이베리아반도의 재정복(레콘키스타)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일이다.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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