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듣는 '멍멍' 소리는 어떨까? 사람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의미로 와닿을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할까?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일은 참 다양하다. 소리를 모르는 엄마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 간에서 생기는 일 또한 그렇다.
어느 날 오후, 예준이와 한참 퍼즐 놀이를 하며 즐기던 도중에 예준이가 갑자기 현관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나에게 다가와 내 얼굴을 소리 나는 방향으로 돌려줬다.
"멍멍 무서워~"
생각해 보니 나는 옆집에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알았지만, 짖는 건 몰랐다. 요즘은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이웃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아들과 달리 엄마, 아빠는 아주 어릴 때부터 소리의 부재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웃집 강아지가 어떻게 짖고, 길가에서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가 어떻게 우는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책에서 '멍멍', '야옹야옹' 이러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눈으로만 배웠다.
평소에 길을 걷다가 강아지를 만나면 귀여워하던 예준이가 집 안에서 놀다 말고 엄마의 얼굴을 돌리며 주춤거리는 게 짖는 소리가 무서운가 싶었다. 들을 수 있는 예준이는 자기를 보호해 달라고 들을 수 없는 엄마의 얼굴을 소리 나는 쪽으로 돌린 것이다.
"멍멍이가 무서워?"
되묻는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엄마의 품 안에 안기는 예준이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언어는 달라도 충분히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유는, 엄마의 장애를 알아가는 아이의 배려가 아닐까.'
"무서워? 엄마가 안아줄게."
"멍멍! 멍멍!"
"오늘은 멍멍이가 화났나 봐~ 조금 기다려보자."
예준이를 품 안에서 다독이며 짖는 소리가 잦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에겐 고요가 필요했다. 엄마는 이미 배운 고요를 예준이는 느끼고 싶었을까.
멍멍 짖는 소리가 얼마나 클까 싶어 일부러 예준이가 종종 듣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서 음량을 평소보다 한 단계 올렸다. 몇 분이 더 지나고 내 품 안에 기대어 자는 예준이의 모습을 보며 오늘의 해프닝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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