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 단계별 모임 인원 제한을 포함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에 대해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차 유행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던 모임 금지가 거리두기 시스템에 포함될 경우 장기간 방역에 지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거리두기 체계가 자주 바뀌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더 심해질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19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과정에서 개인 활동 제한 방법으로 '거리두기 단계별 모임 금지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8일 기자단 토론회에서 "외출, 모임, 행사 등 위험도 높은 활동에 대한 단계별 관리 강화로 시설에 집중된 사회·경제적 부담을 전 국민에게 분산시키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이번 거리두기 조치를 만들 땐 단계 속에 (사적 모임 금지를) 넣어보려고 한다. 정식으로 편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3차 유행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행된 지난해 12월24일 하루 뒤인 25일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수는 국내 유입 이후 최다인 1215명이다. 지난해 12월13~19일 1주간 국내발생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948.6명에서 다음주인 12월20~26일 1016.7명으로 뛰었다. 이후 1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930.4명→738명→516.1명으로 줄었다.
지난 9일 중수본이 개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 개편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는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재편하고, 사적 모임 금지를 최대 3인 이상으로 더욱 강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당시 토론회에서 개편안을 발표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생활방역(0단계), 1단계, 2단계, 3단계로 구분하고, 생활방역 단계에서 20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제시했다. 이어 1~3단계에선 각각 10인, 5인, 3인 이상 모임 제한을 들었다.
정부는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시행 중인 '소셜 버블'(Social-bubble)도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셜 버블은 함께 동거하는 가족 또는 매일 마주치는 직장 동료 등 10명 미만의 소규모 집단을 말한다. 버블에 포함된 구성원은 자유롭게 만나되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을 대상으로는 거리두기 수칙을 철저히 지키거나 모임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별 모임 금지 제도화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낮을 것이라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임 금지 조처는 지난 연말 위기 상황 시 중환자 발생과 병상·의료시스템 유지를 위해 실시했던 특단적 조처였다.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돼 계속 연장해 왔던 극약처방"이라면서 "결정적일 때 잠깐 쓰고 그만둬야지만, 국민에게 자율과 책임이라는 말로 방역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방역수칙 개편이 반복되고 새로운 조치들이 계속 추가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는 그간 몇 차례 개편됐다. 지난해 3월 처음 등장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5월 생활방역을 거쳐 6월28일 3단계로 구체화됐다. 지난해 8~9월 2차 유행 당시 단계 사이에 추가 방역 조처를 시행하는 이른바 1.5단계, 2.5단계가 더해졌다. 지난해 11월부턴 5단계로 세분화하고 변화된 방역·의료 체계에 맞게 개편된 거리두기 체계가 실시 중이다.
거리두기 체계 개편에도 다른 방역 조처들이 뒤늦게 추가됐다. 지난해 12월24일 시행된 연말연시 특별방역 대책의 하나로 오후 9시 이후 운영 제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당초 거리두기 체계 안에는 행사 시 50인 이상 제한 등의 조처가 포함돼 있었지만, 사적 모임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3차 유행 당시 사적 모임을 중심으로 한 감염이 많아지자 정부와 방역당국은 이를 줄이기 위해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또 마련해 시행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관적이고 손쉽고 포괄적인 제도가 가장 적용하기 쉬운데, 제도 변화가 자꾸 있는 건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수칙을) 하나하나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면 '왜 그렇게 기준을 정했나'라는 질문이 계속 나오고,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계속 들어올 것"이라며 "수용성을 늘리려다가 기준의 일관성이 떨어지면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바이러스 전파력,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 환경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최적화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외국인 노동자 집단 거주시설이나 사업장, 소규모 종교시설 등 방역 사각지대를 찾아서 선제 방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이 발생해도 감염되는 사람들이 소수에 그치기 때문에 대규모 집단감염으로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며 "2단계의 경우 현행 5인 모임 금지와 같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