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창업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2011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말한 지 딱 10년 만이다. 상장 작업 후 쿠팡 가치는 55조원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하게 된 게 이번 상장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상 기업 가치 55조원 넘겨
쿠팡은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될 보통주 수량과 공모 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쿠팡은 보통주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CNPG' 종목 코드(Trading Symbol)로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중국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알리바바의 2014년 IPO 당시 기업 가치는 1680억 달러(약 186조원)였다. 쿠팡 상장은 이르면 다음 달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쿠팡이 약 500억 달러(약 55조4000억원) 가치로 평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비슷한 규모 기업 가치를 인정받게 될 거라고 했다.
◈상장 시기 앞당긴 코로나
쿠팡이 미 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엔 지난해 총 매출액이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원)였다. 2019년 7조1000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순손실은 4억7490만달러(약 5257억원)로 전년(6억9880만달러) 대비 2억 달러 이상을 줄였다.
업계는 쿠팡의 이런 급성장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있다고 해석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쇼핑 패러다임이 급격히 전환하면서 국내 유통 기업 중 e커머스 부문에서 가장 공격적인 경영을 해 온 쿠팡이 큰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지금이 상장을 위한 최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미 경제전문 포브스는 쿠팡 상장 관련 기사에서 "아마존이 미국에서 이견 없는 승자라면 한국에서는 소프트뱅크 후원을 받은 이 회사가 승자"라고 표현했다.
◈상장 후 실탄 확보, 다시 투자
쿠팡은 김범석 의장의 '상장 발언' 이후 꾸준히 미국 상장을 준비해왔다. 2019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거론됐던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를 지주사인 쿠팡LLC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회계책임자(CAO) 등 자금 관련 부문 임원에 미국 금융계 유력 인사를 영입해왔다. 그때마다 쿠팡 미국 증권 시장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쿠팡이 상장에 공을 들인 이유는 결국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그간 손마사요시(孫正義·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약 34억 달러(약 3조7600억원)를 투자받아 국내 30개 도시에 약 150개 물류센터를 세우고, 국내 유통 기업으로 유일하게 전국 단위 익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누적 적자가 3조원을 넘겼고 투자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Service)를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5만명 채용
쿠팡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김 의장은 그가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대해 1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을 갖게 된다. 쿠팡 주식은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구성된다. 클래스B는 클래스A에 비해 주당 29배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모두 김 의장이 갖고 있다. 이번에 상장하지는 않지만, 의결권이 있다. 클래스A로 전환 가능하다. 김 의장이 가진 한 주가 다른 사람의 한 주보다 29배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쿠팡은 이 서류에서 2025년까지 5만 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도 했다. 쿠팡 현재 직원 수는 약 5만명으로 추정된다. 2025년엔 임직원 수가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월 임직원 수가 10만6200명이었다. 배송 직원 포함 현장 직원에게 쿠팡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의장은 "1000억원 규모 재원으로 프런트라인에 있는 직원을 주식 보유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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