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주택구입 수요가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빚투(빚내 주식 투자)' 수요까지 폭발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0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지난 한 해 동안 100조5000억원 폭증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사상 최대 증가 규모다. 직전 최대치인 지난 2016년(68조8000억원) 기록을 4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정부가 초강력 대출 규제를 쏟아냈음에도 역설적으로 대출이 더 폭증한 것이다.
◈은행 가계대출 사상 최대 폭증…신용대출 사상 최대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721조9000억원으로 연중 68조3000억원 늘어났다. 지난 2015년(70조3000억원) 이후 5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가계 기타대출은 266조원으로 32조4000억원 급증했다. 역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폭증한 건 집값 상승 등에 따른 주택 영끌·패닉바잉(공황구매) 열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주식투자 수요 등이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주택매매 거래가 많이 늘어났고 각종 생활자금 수요에 공모주 청약, 주식 매수 등을 위한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은행 가계대출이 가장 큰 폭의 증가 규모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12월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가운데 연말 상여금 유입 등으로 기타대출은 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월 증가 규모(7조4000억원)와 비교하면 크게 꺾인 셈이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늘어 역대 12월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주택매매와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대출은 12월 한 달 간 2조8000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976조4000억원으로 연중 107조4000억원 늘어났다. 대기업 대출은 19조5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87조9000억원 급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매출 부진에 따른 운전자금 수요 등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중소기업 대출 중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대출은 386조원으로 연중 47조5000억원 급증했다. 다만 12월 한 달 간 기업대출은 5조6000억원 감소했다. 연말 기업의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은행의 부실 채권 매·상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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