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내세운 민족주의란 동원과 지배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통일뉴스> 창간 12주년 기념 심포지엄 ‘한국사회와 민족주의’에서 ‘박정희식 민족주의’를 비판한 이준식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가 강조한 말이다.
이 교수는 “박정희는 지난 2009년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5000명의 친일파 가운데 한사람”이라면서 “반민규명위에서 선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박정희를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정치적 논란이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민규명위 조사활동이 종료된 후, 발견된 만주군관학교 혈서 지원 내용이 발견됐다”면서 “종료 이전에 발견됐으면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박정희가 만주군관학교에 지원하면서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는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을 위해 굳건히 결심합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중략).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일본)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명사봉공, 견마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라는 내용으로 만주군관학교 혈서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정희의 친일문제는 일제강점기 행적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면서 “일본제국과 천황에 대한 충성을 맹서한 일본군 장교출신이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 더 나아가 대통령이 된 뒤 이미 고착된 친일 잔재를 더욱 공공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박정희의 친일행적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친일이라는 말의 무게를 생각할 때 박정희의 생물학적 딸이자 정치적 후계자인 박근혜를 찍겠다는 유권자가 4할에 이르는 사실에서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면서 “민족지도자로 박정희를 추앙한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이 없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는 결코 민족의 지도자가 아니었다”면서 “ 박정희 체제에 만들어진 민족의 담론이 어느 정도 효율적으로 작동했고, 지금도 작동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정희식 민족주의는 국가주의 형태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물론 국가의 진정한 주체는 국민도 민족도 아니고 박정희 한 사람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의 역할’을 발제한 강철구 민족미래연구소 고문은 “당장 한국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앞날의 비전을 제시하는 현실적인 이념으로서의 민족주의의 지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민족주의 세력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스스로를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대선후보들의 통일정책’을 발제한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은 “박근혜 후보는 대북정책의 변화보다는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면서 “과거사와 역사관 검증과정, NLL논란 과정에서 드러난 면모는 기존 보수집권세력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정책을 이어받아 보다 적극적 대북정책을 펴고,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모범답안과 같다”면서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부호도 문재인 후보나 민주통합당과 큰 맥락에서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진보정당이 자체문제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상황이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정희, 심상정 후보가 기존정당이 제기하지 않고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 등을 제기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민족주의 세력의 흩어진 힘을 모아 결집해야 한다”면서 “통일과 민족주의의 상관성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현 <진실의 힘> 편집국장은 “박정희와 관련한 현대사를 대선국면에서 국민들에게 잘 가르쳐 주고 있다”면서 “대선이 없었으면 젊은 이들이 정수장학회, 인혁당사건, 시월유신 등을 알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 대표 사회로 진행된 <통일뉴스> 창간 12주년 기념 심포지엄은 언론 및 통일운동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 인근 식당에서 <통일뉴스> 1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