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지난 9월 1일자 <조선일보> 1면에는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사진이 실렸다. 나주초등학생 성폭행사건의 범인인 고종석의 얼굴로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하지만 정작 사진의 주인공은 사건과 무관한 일반인으로 밝혀지면서 오보에 대한 비난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졌다.
사진·영상을 통한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초상권 보호)의 모호한 문제의 해답은 없을까?
이에 대한 접점을 찾고자 지난 25~26일 이틀간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권성) 주최로 경기도 양평 대명리조트 민들레홀에서 ‘영상·사진보도와 초상권 침해’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첫째날인 25일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적 검토 및 올바른 보도방법 고찰‘을 발제한 김재형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얼굴 등 사람의 모습을 촬영한 경우뿐만 아니라 몽타주, 소묘, 풍자화, 만화, 인형 등도 초상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서 “피해자의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더라도 얼굴의 윤곽이나 음성 등으로 누구인지를 추지할 수 있으면 법적 초상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상권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해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을 말한다”면서 “사람 얼굴, 신체 등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특징에 관해 함부로 공표되지 않아야 한다, 광고 등 영리적으로 이용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초상권의 법적 근거로 헌법 제 10조(행복추구권), 민법 제751조 제1항(신체의 자유 침해와 배상책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법률 제5조(언론 등에 의한 피해구제의 원칙) 등이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공공의 이해와 관련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과 피해자의 동의, 공적인물관계 등은 초상권 침해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 사례”라고 말했다.
특히 “고위공무원,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자발적 공적인물), 휴악범(비자발적 공적인물) 등 공적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공적인물의 사진보도 등은 위법성이 배제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적인물의 성격인 ▲공개를 원했거나 공개를 동의하고 ▲그의 존재나 직업이 이미 공적 성격을 띤다는 점 ▲언론은 대중에게 공익에 관한 정당한 관심사항으로 된 것을 알릴 특권을 헌법상 보장했다는 점 등은 위법성이 배제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인터넷종합정보제공사업자(포털)가 보도매체의 기사를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기사의 일부를 선별해 게시할 경우, 그로 인해 명예훼손된 자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는 판결이 있다”면서 “이 판결의 논리를 초상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상권에 대처한 올바른 영상사진보도 방법으로 김재형 교수는 ▲사진영상 보도의 필요성 큰 것인지 초상권보호의 필요성이 큰 것인지 판단 ▲초상권 동의 확보 ▲초상권의 동의 범위 명확한 정리 ▲공적인물에 관한 보도인지 여부 판단 ▲ 사적인 경우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관한 보도인지 등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토론에 나선 김정탁(서울 제6중재부 중재위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학회회장은 “요즘 흉악범 초상을 보호할 것이나 안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라면서 “헌법 10조 인간존엄성의 보호냐 헌법 21조 언론자유와 출판 자유문제냐가 서로 충돌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헌법 10조를 적용하면 흉악법 얼굴을 공개해야 하고, 21조를 적용하면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재판관의 상황과 시대적 상화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언론조정, 중재 사례를 통해본 초상권 침해 현황 및 특징’을 발표한 손영준(서울제3중재부 중재위원)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초상권은 개인의 인격권의 침해와 공적이익의 확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이라면서 “목적이 숭고하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은 정의로운 것이며 합리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지난 2005~2011년까지 ‘조정’에 의한 침해 유형을 조사했다. 손 교수는 조정사건 9869건 중 92.9%(9165건)이 명예훼손 청구이고, 두 번째로 초상권 침해는 349건(3.5%)으로, 한해 평균 초상권 침해 청구가 49.8건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초상권 침해 비율이 3.5%로 상대적 낮은 것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 사례가 많지 않다거나 중재 심리에서 초상권 관련 사항이 그렇게 많이 다뤄지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신청인들이 초상권 침해와 함께 복합적으로 명예훼손 청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중재’ 사건은 총 332건으로 88.6%(294건)가 명예훼손이고 초상권은 9.3%(31건)이었다.
손 교수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초상을 침해 한 경우는 68.5%였고, 동의는 받았지만 허락 범위를 넘어선 초상사용 청구는 22,2%차치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유형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배체유형별 초상권 조정사례는 방송이 39%, 인터넷뉴스서비스(포탈뉴스) 24.1%, 일간신문 12.9%, 인터넷신문 12%의 순으로 인터넷신문이 가장 적었다.
에에 대해 손 교수는 “방송은 초상권의 침해 우려가 될 경우 사람의 얼굴을 모자이크하는 경우가 많아 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터넷언론은 초상권에 대한 고려가 아직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언론인, 언론관행, 언론제도 및 언론환경 측면에서 초상권 침해에 대한 구조적 원인에 대해 그는 ▲언론인의 취재보도 관련 법적 문제 체계적 학습기회 적음 ▲보도해도 별문제 없다는 언론관행 ▲언론 제도와 환경문제(언론매체 증가, 언론경영상 압박, 시민의 권리강화) 등을 들었다.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한 권성 언론중재위원장은 “서구에서 언론분쟁자율처리기구가 한계에 봉착됐다고 한다”면서 “그들은 우리나라 법정기구 중재위원회 조정, 중재, 손해배상 청구 등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사고 있어, 매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언론계, 학계, 중재위 등 관계자 70여명의 참석자들은 26일 경기 양평 용문산 용문사와 은행나무 관람, 다산 정약용 선생 묘소를 참배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김철관 회장을 비롯해 이창은 감사, 이정우 김종국 부회장, 김태수 아젠다 위원장, 윤여진 대외협력위원장, 오동명 사진특위위원장, 박광수 청년위원장 등 주요 집행부 임원들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