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 아스트라제네카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 아스트라제네카

23일 오전 7시(현지시간),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 대학과 공동 개발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AZD1222'의 임상 3상 실험 결과를 깜짝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에도 시장은 곧 혼란에 빠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평균 효능 70.4%, 최대 효능 90%라는 모호한 수치를 내놓으면서다. 대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수로 '절반'만 투여했더니…효과 90%까지 올라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날 발표한 임상 3상 연구 결과는 앞서 미 제약사 화이자, 모더나와 달리 상당히 독특한 세 가지 수치가 포함돼 있었다.

바로 90%, 62% 그리고 70.4%. 내·외신 기사가 혼란을 빚은 이유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날 보도자료를 '두 가지 다른 용법에 따른 효능 입증, 이 중 한 가지 방법은 더욱 효과적'이라는 제하로 발표했다.

백신 투여 방식에 따라 다른 효능이 나왔다는 뜻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실험자에 백신을 투약했다.

첫 번째는 정량의 절반(half dose)만 투약한 뒤 한 달 뒤 정량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2741명이 이런 방식으로 백신을 맞았고 효능은 90%를 보였다.

두 번째는 정량을 투약한 뒤 한 달 뒤 또다시 정량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8895명을 대상으로 이같은 투약이 이뤄졌고 안타깝게도 효능은 62%에 불과했다.

이 두 건의 실험 총 1만1636건의 케이스를 종합한 결과 평균 효능은 70.4%로 도출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왜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이들에게만 첫 번째 방식으로 백신을 투약했을까. 답은 '실수'로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네 팡갈로스 아스트라제네카 연구·개발팀 부사장은 "절반 투약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였다"고 이날 밝혔다. 우연히 발견한 행운이라는 뜻이다.

그는 "4월 말 일부 그룹에서 피로도, 두통, 근육통 등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들의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최초 1회 백신 투여량이 절반 수준임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제약사 역시 왜 이들이 더 나은 효능을 보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세라 길버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소량의 백신을 투여하고 많은 양을 이어 투약하는 게 면역체계를 자극하고, 강력한 면역반응으로 이어지는 방법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저렴한 가격·용이한 유통…'게임 체인저' 기대

평균 70.4%의 비교적 낮은 효능에도 세계가 아스트라제네카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있다. 바로 백신의 '공공성' 때문이다.

미국의 모더나, 화이자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백스(Covax)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주목할 점이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세계 정부에 백신을 공평하게 배포하기 위해 코백스 이니셔티브를 세우고 7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목표는 1회당 3달러의 비용으로 92개 개발도상국에 20억 회분의 백신을 배포하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날 3상 발표와 함께 "자사는 저소득 국가에 신속하게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에 긴급 사용 요청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20년 말까지 개도국에 약 10억 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한 가지 장점은 냉장과 유통의 편이성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 냉장고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모더나, 화이자 등이 초저온 냉동고를 통해 백신을 유통을 해야 한다고 발표한 데에 비하면 상당히 효율적인 방식이다. 상황이 열악한 극빈국에도 보급이 가능하다.

세스 버클리 GAVI 협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유통기한이 길고, 어떤 온도에서도 안정적이고, 투약이 용이한 백신"이라며 "일부 제품은 여전히 영하 80도의 초저온 냉장을 요구한다. 이는 (이상적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장점은 2~8도가 유지되는 일반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에 유통하고 있는 일반 백신의 특성과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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