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서울 상공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시스

정부가 전세대책 발표를 예정보다 하루 늦은 오는 19일로 연기하는 등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전셋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한 상황이어서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으로는 '매입임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을 앞세워 빈집을 매입해 이를 전세로 공급하는, 사실상의 단기 공급책을 고려중이다. 다만 한정된 자원으로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전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하루 뒤인 19일로 미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사실상 24번째 부동산 대책인 전세시장 안정대책 발표도 함께 순연된 상태다.

정부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넉 달째에도 전국적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신규 전셋집을 구하는 데 수요자들이 애를 먹게 되자 이달 초부터 추가 대책의 방향과 발표 시점을 놓고 장기간 고심해왔다.

그러다 이날 전세대책이 발표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가, 부처 간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또다시 발표가 늦춰졌다. 사실상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매입임대 등 공공 임대물량 확대 방안은 전세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주택을 매입하고, 이를 전셋집으로 공급하는 방법이다. 기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청년(19~39세), 대학생, 취업준비생, 신혼부부 등 일부 계층만 위해서 공급하던 임대주택을 일반으로 대거 확대하는 방식이다.

공급되는 주택 유형은 다세대·다가구, 단독주택, 아파트 등 빈집은 물론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가, 오피스 등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관광산업 위축으로 서울 이태원동 크라운관광호텔이 매물로 나오면서, 이 같은 호텔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내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공공 임대 물량을 시중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을 놓고 실효성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예산안분석'에 따르면, LH가 신혼부부를 위해 공급한 매임임대 중 6개월 초과 공실 임대주택은 올해 8월 현재 2384세대로, 전체 매입임대 2만2325세대 중 공실률이 10.7%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원단가가 낮은 수준이어서 역세권 등 좋은 조건의 매입임대를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고, 같은 이유로 수요자가 선호하는 아파트 보다 다가구 위주로 공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요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매입임대는 빈집으로 남아 공실이 장기화되고 있다. 공급 대상을 전체로 확대하더라도 이 같은 공급과 수요의 미스 매칭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진다. 만약 공실난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가 LH, SH 등 사업시행자에 재무적 손실을 떠넘긴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중산층도 입주 가능한 전용 85㎡ 크기의 임대주택 모델도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사실상 지금 당장의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임대 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LH 등이 국가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건설·공급하는 국민임대는 전용면적 60㎡ 이하, 수급자나 유공자 등이 입주 가능한 영구임대는 40㎡ 이하의 크기로만 공급된다.

중산층이나 4인 가구 이상에서 수요가 많은 60~85㎡ 크기의 임대주택은 기존주택 매입임대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상 공급이 불가능했다.

만약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중산층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나온다면 소득기준 문턱이 낮아지면서, 무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실제 임대주택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 카드도 검토되고 있으나 체감 효과가 낮아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세 세입자는 별반 혜택이 없는 데다, 정부가 월세 전환을 부추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월세 세액공제는 지불한 월세의 10~12%(총 급여 5500만원 이하)가량을 공제해 돌려주는 것인 데, 다음해 연말정산 때나 받을 수 있다. 월세 세액공제 한도는 750만원(월 62만5000원)으로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무주택자만 혜택을 볼 수 있어 대상이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추가 규제 대책은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어 도입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는 문제 역시 시행 가능성이 낮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나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신규 계약에 적용하는 것은 여러 고려할 점이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3+3’(3년 계약+3년 연장)안 등도 대책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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