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신적 면을 지향하는 구도(求道)적 시각예술을 구도추상이라고 한다. 인간 내 무한히 잠재돼 있는 감성과 이성을 통해 한걸음 넘어선 우주 밖의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예술세계를 구도추상이라고나 할까. 인간의 진정 아픔과 몸부림을 예술로서 승화를 위해 선과 색채, 관념과 상징을 동원한 회화가 구도추상인 것이다.
지난 10월 9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가모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곽기수(50) 화가의 열여섯 번째 개인전인 ‘허망의 산책’전은 구도 추상 화화를 통해 진정 인간이 나아갈 의지와 사랑 그리고 힘든 인내와 고통에서의 진정한 구도를 말하고 있다. 오직 곽 화가는 구도추상 회화만을 고집해온 작가로 알려져 있다.
화가의 작품을 보면 고요와 안온을 느끼고, 명상과 깨달음으로 얻은 영원의 세계가 숨 쉬는 듯하다. 무한이 자유롭고, 신비로움과 은밀하고 충만한 영감 속에서 그리움이 싹튼다.
특히 곽기수 화가의 구도추상 조형세계는 명상을 통한 깨달음, 인간이 가고 싶어 하는 영원의 세계를 갈구하고 있다.
15일 오후 만난 곽기수 작가는 “구도는 새로운 정신적인 삶을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영위하고자 하는 하나의 깊은 예술의 제시”라면서 “부조리에 가입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진솔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평한 정목일 평론가는 “곽 화가의 작품은 그 자체가 명상이고 깨달음의 도정이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명상과 통상을 통한 영원의 길로 인도한다”면서 “번뇌와 고통을 넘어서 집착과 이기, 명예와 자신 따위를 초월해 무수 무량의 영원 세계에 와 있음을 느낀다”고 피력했다.
이날 작품을 관람한 임기연 액자 작가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가 기술의 정직성에 얼마나 깊은 영감을 지니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면서 “작가의 상상력으로 피어난 작품과 소통을 하고 있노라면, 평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작품 활동하고 있는 곽기수 화가는 청주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장식 미술학교, 프랑스 주립 최고 순수조형 미술학교, 프랑스 최고관리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와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을 전시했고 이번 ‘허망의 산책’전은 개인통산 열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다음은 작가의 노트이다.
구도추상은 인간 내의 무한히 잠재돼 있는 감성과 이성을 통해 한걸음 넘어선 우주 밖의 세상을 바라다보게 하는 것이고 더한 자유가 있고, 숭고가 있고, 아늑한 고요함 있는 상상의 세계다. 그 어떤 것에 구애받지 않고, 그 어떤 것에 집착하지 않는 영원을 향한 우리의 여정과 같은 것이다. 구도는 어느 시대 어느 곳이든 시대적 말기에 화려한 종말의 뒤에는 이곳으로 향한다. 구도추상은 결코 멀지 않는 곳에서 어느 누구에게나 가까이 있고 생로병사적인 상황을 정신 체험적으로부터 겸허함으로 구도하는 것이고 끊임없이 영원을 향해 쫓아가는 하나의 정신적 승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