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전 남편을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절단해 바다 등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5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구체적으로 "의붓아들이 고유정의 고의에 의한 압박 행위가 아닌 함께 잠을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설령 의붓아들이 고의에 의한 압박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그 압박행위를 피고인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원인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전 남편 A씨에 대한 살해 혐의에 관해서는 "사건 당일 A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면서 "고유정은 범행 도구, 방법을 미리 검색하고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A씨를 살해한 다음 사체를 손괴하고 은닉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25일 제주시에 있는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사체를 절단해 바다와 아파트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고유정은 지난 2013년 A씨와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으나 2017년 이혼을 하게 됐다. 이후 현 남편인 B씨와 혼인신고한 뒤 동거를 했다. 그런데 A씨가 계속해서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고유정은 B씨와의 재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열흘 전부터 고유정은 인터넷으로 수면제와 제주도 펜션의 CCTV 유무 등을 검색하며 범행 도구와 장소 등을 물색했으며, A씨에게는 아들을 만나게 해주겠다며 함께 키즈펜션에 가자고 했다. 사건 2~3일 전에는 살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락스, 표백제, 김장용 봉투 등을 구입했다.
사건이 있던 당일 저녁 고유정은 카레에 졸피뎀을 넣어 A씨에게 먹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 후, 아들은 휴대전화 게임을 하게 해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이후 흉기로 A씨를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세제 등으로 혈흔을 닦았다.
범행 후 고유정은 사체를 절단해 제주항에서 완도항으로 가는 여객선에서 바다로 버렸으며, 일부는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 쓰레기 분리시설에 유기했다.
고유정은 자신이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조작하려 했다. 그는 범행 이후 A씨에게 '성폭행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다. 넌 예나 지금이나 끝까지 나쁜 인간이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다시 A씨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미안하게 됐다. 네가 재혼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고소는 하지 마라'는 문자를 전송했다.
이 밖에 고유정은 지난해 3월 현 남편인 B씨가 전처와 낳은 아들인 C군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몸으로 눌러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시 고유정은 다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B씨가 C군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범행을 벌였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1심은 "살해한 다음날 성폭행 미수 처벌 등을 검색했는데, 피해사실을 허위로 꾸며내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며 "2년 만에 아들을 만난 A씨는 자신을 아버지가 아니라 삼촌으로 알고 있는 아들과 불과 한나절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살해됐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고유정이 C군에게 수면제를 먹였거나 직접 몸으로 누른 것을 입증하기 어렵는 것이다. 그보다는 불면증 치료제를 복용 후 깊이 잠든 B씨가 함께 누운 C군의 머리를 눌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범행 시각에 고유정이 깨어 있었는지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으며, B씨와 다투긴 했으나 C군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봤다.
2심도 고유정의 전 남편 A씨에 대한 살해 혐의는 그대로 인정했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을 검토한 결과 C군은 함께 자던 B씨의 다리 등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한편 고유정은 전 남편인 A씨와 낳은 아들에 대한 친권을 상실했다. 법원은 A씨의 유족이 고유정을 상대로 친권상실 청구를 받아들인 바 있다.
/뉴시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