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조·중·동의 언론활동이 단순히 특정 후보를 후원․지지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있다. 사회분위기 정비의 사전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선거구도를 공학적으로 프레이밍하며, 심지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표적 삼는 등의 건전한 선거문화를 해치는 악의적 보도, 불량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공영방송이라 자청하는 KBS나 MBC의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하다. 예민한 뉴스를 쏙 빼버리거나 축소하고, 양적 균형의 소극적 보도에 치중하면서, 정치 매개의 중역을 포기해버린다. 심지어 저널리즘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편파보도를 내놓기까지 한다. 대선보도가 상식적 인정의 차원을 넘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더 이상 이대로 안 된다”
지난 1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강당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대선보도 이대로 안된다’라는 주제 토론회에서 ‘악의적 대선보도, 실패한 선거뉴스의 몇 가지 증거’를 발제한 전규찬(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한예종 교수가 강조한 말이다.
전 교수는 “조·중·동 연합은 현 이명박 정권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라면서 “그렇게 정권의 창출에 참여했고, 동맹으로서의 몫을 능동적으로 담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정권에 대한 이들의 판단은 중간 시점을 넘어 이미 ‘실패’로 내려진 듯 하며, 재빠른 결별의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초기의 치안 스테이트가 대중들의 저항에 의해 좌초되면서, 자신들의 이득을 보호하기에 현 정권은 한 마디로 무력·무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 조중동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협할 대항정권의 창출가능성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면서 “그렇기에 자신들의 입지를 보다 확실히 보장해 줄 보수, 자본 국가의 복구에 생사를 내걸다시피 하고 임하고 있고, 쿠데타와 유신의 역사를 함께한 박근혜에게서 그 유일한 가능성을 발견하며, 그래서 그 실현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박정희라는 도덕적 군주, 아버지의 연장(延長)에 다름 아닌 박근혜를 무의식적으로 상기시킨다”면서 “<조선일보>의 ‘주폭’ 프레임은 이런 고도의 도덕 정치학을 수반하기 때문에 위험하며, 주류언론의 최근 선정주의도 마찬가지로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 조중동은 박근혜나 새누리당을 향할 때는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잖은 교훈이나 훈계의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면서 “반대로 문재인이나 통합민주당 혹은 안철수 쪽을 겨냥할 때는 흥분된 비난과 이념적 왜곡의 형태로 변질될 것이고, ‘시장의 적’으로 내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조․중․동은 경제 정의와 보편적 복지로 대표되는 민주적 변화에의 대중적 갈망과 이에 대한 소수 기득권의 반발을 소수 ‘포퓰리즘적인 것’과 이에 대한 일반의 합리적 반대로 전도시켜버린다”면서 “포퓰리즘이라는 낙인은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현상유지를 위한 전가의 보도와 같다, 바로 그러한 플레이를 재벌을 대신해 대선이라는 국면을 맞이해, 조․중․동이 조직적이고 일관되게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사회적 공황 연출의 사전 정비 사업과 ‘포퓰리즘 대 반포퓰리즘’의 구도 설정은 박근혜의 당선이라는 최종 목표에 정확하게 맞추어져 있다”면서 “‘박근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뉴스 아이템의 선정과 제목의 묘출, 해설의 각도, 사진의 배열, 외부 기고와 사설의 편성 등을 통해서 조․중․동을 주축으로 한 이 땅의 미디어권력 네트워크는 자기 의중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그(녀)에게 맞선 안철수에 대한 ‘검증’이라는 이름의 죽이기 비난을 통해 표현하고, 안철수와 문재인의 연합과 단일화 가능성을 저지하려는 새누리당과의 사실상의 합작 플레이마저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중동은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아웃사이더(안철수) 죽이기에 나섰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정준길 새누리당 전공보위원의 안철수 사생활 폭로와 출마저지 협박을 들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중앙일보>는 (의혹)내용이 사실이라면 안 교수는 대선 출마는 고사하고, 서울대 대학원장직부터 내놓아야 할 정도’라고 공격했고, 또 ‘안 교수도 답답하다. 최근 온갖 의혹과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대리인 뒤에 숨어있을 뿐’이라고 비아냥됐다”면서 “ 이는 전형적인 사태 왜곡, 본말 전도의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MBC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을 때도, <조선일보>는 바로 이런 목적으로 안철수 측의 반응이 ‘언론을 협박을 하는 수준’이라는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의 말을 일방적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보수진영에게 안철수는 나와서는 안 되는 해악적 존재”라면서 “제도정치를 혼란케 하고, 중산층의 표를 가져감으로써 기득권의 득세를 방해하며, 야권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유력 후보자라서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안철수 후보는 끊임없는 인신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의혹의 표적으로 계속해 남을 것”이라면서 “‘안철수 죽이기’는 선거기간 내내 지속될 미래형 게임이며, 바로 이것이 대선보도와 관련해 이번 선거에서 예의주시할 포인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노골적인 ‘안철수 죽이기’의 프레임은 ‘안철수와 문제인, 끝까지 따로 떼어 놓기’의 프레임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두 사람의, 절묘한 시점에서의, 정치적 혹은 연합 가능성과 그 선거 효과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이를 방해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면서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제도정치에 익숙한 미디어권력도, 유력한 야권 두 대선후보의 등록을 이번에는 분열로서 환호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전개양상에 당황해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컨대 조․중․동을 포괄하고 사실상 그 이데올로기 장치에 기반을 한 보수진영은, 선거 후반기 혹은 투표 직전의 안․문 연합과 단일화는 가히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고 이는 자신들이 옹립한 박근혜 후보의 필패로 이어질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KBS,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해 무력하면서도 악의적이기도 한 선거관리채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까지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 의도적 빼내기 플레이(intended minus reporting) 패턴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MBC는 너무나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뉴스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 의도적 빼내기의 예로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발언 논란 뉴스를 꼬집었다. KBS가 박근혜 후보 인혁당 발언 논란을 맥락 없이 살짝 언급한 수준으로 지나쳐 인혁당 논란을 희석시켰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KBS의 뉴스 서비스는 자신에게 위임된 공정보도와 여론대의, 정치매개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방기하면서, 지배여당에게 불리한 뉴스․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의 노골적 악의적 보도로서 안철수 후보의 최태원 SK회장구명와 논문표절시비 등을 들었다.
전 교수는 “안 원장의 최태원 SK 회장 구명 관련 소식을 시작으로 해, <뉴스 데스크>는 줄곧 안 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면서 “같은 기간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은, 공방으로만 처리하고 집중적으로 조명한 일이 없던 것과 비춰볼 때, 뚜렷하게 대조되는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또 전 교수는 “안철수 죽이기의 일방적이고 편파적이며 비상식적인 보도는 안 후보가 쓴 논문의 표절 의혹과 관련된 최근의 보도에서 최악의 수준에 이른다”면서 “출처를 전혀 밝히지 않고, 반론의 기회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으면서, ‘의혹’을 만들어 그것이 ‘대선 가도의 큰 분수가 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추측성 기사를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조중동의 언론활동이 단순히 특정 후보를 후원․지지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있다"
"사회분위기 정비의 사전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선거구도를 공학적으로 프레이밍하며, 심지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표적 삼는 등의 건전한 선거문화를 해치는 악의적 보도, 불량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공영방송이라 자청하는 KBS나 MBC의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하다. 예민한 뉴스를 쏙 빼버리거나 축소하고, 양적 그는 “KBS의 매우 소극적이고 물 타기식인 보도와 MBC의 편향된 보도가, 조․중․동의 노골적이고 일방적이며 편파적인 뉴스와 합쳐졌을 때, 그게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고 또 어떤 후보를 불리하게 만들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판단하기 쉬운 문제”라면서 “대통령을 뽑는 이 중요한 시기에 신문과 방송이 구태의연한 여론조작과 편파 보도로 민의를 왜곡하고 정치를 방해하는 일을 그대로 방임한다면, 냉정하게 말해,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 공영방송 뉴스의 비행, 늘 일관되게 자기 입맛에 맞는 대통령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합한 조․중․동의 보도의 비리를 계속해서 폭로해 내야 한다”면서 “대중의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대의적 공론장 확보의 노력과 저널리즘 상식 복구의 책무가,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 국면에서, 재확인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위터 등의 대안적 저널리즘 유통망을 통해, 페이스북과 같은 이웃간 네트워크를 통해, 수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그 활성화된 망에서 우리는 이미 정치의 희망과 민주의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으며, 이번 선거도 그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중․동과 공영방송의 여론장악력은 확실히 그 이전보다 크게 떨어졌다”면서 “이른바 조중동 ‘종편’의 위력도 예상처럼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중․동 종편은 대선과 관련해 무속적인 예언을 통해 정치를 희화화하고 적합하지 않은 출연자를 통해 일방적 비난과 무책임한 낭설을 유포시키고 있다”면서 “경계하고 주목해야 할 상대지만 현재로서 비판의 시선은 음흉한 공영방송과 위험한 조․중․동에 쏠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정연우(세명대 교수)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의 시회로 정영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김현석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유창선 시사평론가.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소 연구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