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 근현대사를 소설로 정리한 조정래 작가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이에서 이른바 '친일파' 설전이 오가고 있다. 토착왜구는 누구인가가 화제다.
지난 15일 오전 조정래는 진중권 전 교수를 향해 “무례하다며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저를 비난하고 대통령 딸까지 끌어다가 조롱하고 그랬는데 그 사람도 사실 확인 하지 않았다“면서 '토착왜구'에 대한 설명도 다시 했다. 그는 "토착왜구라고 그 대상과 한정하고 제한을 했다”며 “제대로 국어 공부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조정래 씨는 이 문장의 주어가 ‘토착왜구’인데, 언론에서 이를 빼버렸다고 해명한다”며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토착왜구', '친일파 논란'으로 이어지는 이 논란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도 주목되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 12일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발언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한 기자는 조 작가의 작품 속 표현의 세밀함을 언급하며 역사적 사실을 얼마만큼 투영하는지를 물었다.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이 조 작가의 작품 속 일부 장면이 허구라고 주장했던 일도 덧붙였다.
◈조정래 "반민특위 부활해야...일본 유학파들은 친일파 역사왜곡"
이에 조 작가는 "그(이영훈)의 말은 다 거짓말"이라며 태백산맥 집필 시 500가지가 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던 일, 11년 동안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일 등을 겪었기 때문에 아리랑 집필 시에는 더욱 철저하게 조사해서 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민특위는 민족정기를 위해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서 150만, 160만 되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 그게 안 되고서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또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의 유학파들은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되어버린다. 민족반열자가 된다. 그들은 일본 죄악에 대해 편들고, 역사왜곡을 했다. 이런 자들을 징벌하는 법제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제가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적극 나서려고 한다. 법으로 다스려야한다, 그런 자들은"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이정도면 광기.. .대통령 딸도 일본 유학, 민족반역자로 처단당하시겠네요"
이후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누리소통망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죠.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 이게 대한민국 문인의 수준"이라며 "종전 7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분의 영혼은 아직 지리산 어딘가를 헤매는 듯"이라고 밝혔다.
또 한 차례 더 올린 글에서는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 일본유학하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네요"라며 "하긴, 문인들이라는 작자들이 조국 수호에 앞장서고 정경심을 위해 서명운동이나 벌이고 자빠졌으니, 예고된 참사라 할 수 있지요"라고 썼다.
조 작가는 반박에 나섰다. 지난 14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했다.
◈조정래 "그 사람한테 저는 대선배... 전화 한통도 없이 무례와 불경 저질러"
그는 "작가를 향해 광기라고 말한다. 저는 그 사람한테 대선배"라며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도 대학교수라면 엄연히 사실 확인을 했어야 한다. 저한테 전화 한 통화도 없이 아주 경박하게 두 가지의 무례와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진중권씨에게 공식적으로, 정식으로 사과하기를 요구한다. 만약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언에 대해선 "제가 '토착왜구라고 불리는'이라고 분명히 주어를 넣었기 때문에 범위가 딱 제한돼 있다. 신문의 의도적 왜곡 때문에 상처받거나 언짢았던 일본 유학 다녀온 분들께 신문들을 대신해서 사과한다"고 했다.
◈진중권 "토착왜구'가 주어였다면 괴상한 문장" 재반박
진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쓸 데 없는 말장난"이라며 "이 문장의 주어가 '토착왜구'인데 언론에서 빼버렸다고 해명한다. '토착왜구'가 주어였다면 괴상한 문장이 만들어진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그냥 감정이 격해져서 말실수를 했다고 하면 될 것을"이라며 "사실 그의 발언의 끔찍함은 다른 데에 있다. 특별법을 만들고 반민특위를 설치해 인구의 150만, 160만에 달하는 친일파들을 처단하자, 무서운 건 이 발상이다. 도대체 그 수치는 어디서 나왔고, 특정인을 '친일파', '민족반역자'라 판정하는 기준은 뭔가"라고 물었다.
진 교수는 "이영훈의 국가주의나 조정래의 민족주의나, 어차피 뿌리는 같다. 어차피 식민종주국에선 국가주의자가 곧 민족주의자다. 식민지였던 나라에서나 그 둘이 분리되지, 유치한 '해방전후사의 인식'도 이젠 시대에 맞게 개정할 때가 됐다"고 보탰다.
◈조정래 "'토착왜구'라는 표현은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
조 작가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출연했다.
그는 '그냥 들으면 마치 일본 유학파는 무조건 친일파라는 건가'라고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진행자의 말에 "'토착왜구'라는 주어 부분을 빼지 않았다면 문장을 오해할 이유가 없다. 국어공부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말한 '토착왜구'라는 표현은 "지금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이라고 특정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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