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진행되고 있는 전세난을 시인했다.
14일 홍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신규로 전세를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이 상승장에 접어든건 최근이 아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67주, 수도권은 6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말, 8월초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개정 임대차법이 달아오르고 있던 전세시장에 불을 지른 셈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 8월 첫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06% 상승했다. 특히 강동이 1.74%로 가장 많이 올랐다.
경기도(2.18%)는 더욱 심각했다. 특히 수원 권선(4.74%), 광명(4.58%), 하남·기흥(3.89%), 용인(3.30%), 과천(3.08%) 등이 크게 올랐다.
뿐만 아니라 대전 유성 4.14%·서구 3.51%, 대덕 2.66%·중구 2.09%, 울산 남구 5.48%·북구 4.17%·중구 3.98%·울주 2.94%, 충북 흥덕 2.97%·상당 2.14%, 부산 해운대 2.12%·수영 1.71%·동래 1.41%, 대구 수성 1.69%·서구 1.24% 등 전국 전셋값이 급등했다.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실제 전셋값은 '억'단위로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금호삼성래미안 전용면적 84.45㎡는 지난 7월 5억1000만원(15층)에 세입자를 맞이했지만, 이달에는 이보다 1억3000만원 오른 6억4000만원(3층)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서울 송파구 레이크팰리스 116.19㎡는 이달 14억원(8층)에 전세계약을 체결했지만, 불과 3개월 전인 7월에는 이보다 3억원 저렴한 11억원(8층)에 세입자를 들였다.
반면 전세가격은 불이 붙었지만 거래는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이달 서울에서 맺어진 전세거래는 1265건으로 지난 7월 1만2092건에 비해 89.5%(1만827건) 감소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192으로 공급이 매우 부족함을 나타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범위로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최근 매물로 나온 전셋집을 보기 위해 9개팀(10명)이 줄을서 차례대로 집 내부를 둘러보고 부동산 중개업소로 돌아가 제비뽑기를 해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진풍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재계약에 나서는 세입자가 늘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전세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3기신도시 등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전세난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시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