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사기 범행이 가능했던 배경과 자금 흐름 등을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을 의심케하는 로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을 겨눌 수 있다는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관련 문건이나 진술의 신빙성 문제가 있는 만큼, 옵티머스의 로비 계획이 실제 실행으로 옮겨졌는지 여부가 향후 수사 방향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펀드 하자 치유'라는 제목의 옵티머스 내부 문건 외에도, 구체적인 로비 계획이 담긴 문건과 진술 등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전날에는 옵티머스가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작성한 '대응 시나리오'가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인맥을 총 동원해 금감원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 확보'하거나, '도주를 적극 고려'해 '주범의 도주로 인해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의 검찰 작업'을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옵티머스 측은 이같은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검찰, 법원, 금감원 출신에게 자문을 구한다고 언급하는 한편, '검찰 단계에서는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로비 필요성을 에둘러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드러난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도 '이혁진(전 대표) 문제 해결과정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되고 있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도 관여가 돼 있다',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등 로비 정황을 의심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문건에 나온대로 실제 남동발전은 옵티머스 측과 태국 발전소 투자 프로젝트 협의를 했고, 협의 후 보름만에 이례적으로 투자 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주장을 폈다. 문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취지다. 다만 남동발전 측은 옵티머스와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건 외에도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이미 구속 기소된 윤모 변호사 등으로부터 로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복수의 '로비스트'를 통해 정·관계 인사들과 교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는 현재 소재 불명 상태로 전해졌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해 정 전 대표를 추적 중이다. 이 밖에도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인 신모씨 등이 로비 과정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옵티머스 사건에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은 당장 해당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로비를 의심케하는 정황은 있지만,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관련 문건과 진술의 신빙성과, 실제 계획이 실행으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 펀드 수탁업무를 맡았던 하나은행에 대해 재차 압수수색에 나섰고, 업무 관계자들을 조사 중이다. 또한 전날에는 금품수수 의혹 등이 불거진 금감원 전 국장 윤모씨에 대한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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