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귀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피격 공무원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6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귀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26일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남북 공동조사' 카드를 꺼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례적 사과에도 '시신 훼손' 등 사건의 핵심 사안에서 남북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가열되자 의혹 해소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공동조사를 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으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측이 공동조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진상 규명 및 대화 국면이 제대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北 '정당 행위' 강변에 "사과 진정성 없다" 비판… 靑 친서 공개에도 논란

논란은 전날 북한 통일전선부의 통지문 전문이 공개되며 시작됐다. 북한은 사건에 대한 사과를 표현하면서도 북한군의 공무원 사살 등의 행위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지난 22일 저녁 "정체불명의 인원 1명(해수부 공무원 A씨)"이 북측 해역에 "불법침입"했는데, 신원확인 요구에 불응하고 도주할 기미를 보이자 사격했으며, 부유물 위에는 혈흔만 확인됐을 뿐 시신은 없었고 규정에 따라 부유물을 태웠다는 게 통지문의 요지다.

또 통지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의 내용이 담겼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북측의 설명은 A씨와 북한군의 접촉 시점, A씨의 자진 월북 정황 등을 포함해 지난 24일 우리 군 당국이 발표한 내용과 여러 대목이 배치된다.

특히 가장 큰 공분을 샀던 '시신 소각' 여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북측은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주장했으나 우리 군은 북측이 A씨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이어 구명조끼를 입은 A씨 시신에 기름을 붓고 해상에서 소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과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안보실 1차장이 "만행", "강력 규탄" 등의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북한은 통지문에서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역시 강한 수위로 반박했다.

이에 북측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행위의 정당성만 강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북교류와 대남공작 등을 담당하는 당 산하 기구인 통전부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 문제도 나왔다.

북측의 진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통지문 발표 2시간 만에 지난 8일과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 받은 친서를 전격 공개했다. 교환한 친서에서 두 정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태풍 피해 상황에 대한 위로를 표했다.

두 정상 간 신뢰가 쌓여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측이 보내온 사과와 재발 방지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청와대는 친서 공개 날인 25일 저녁 다시 NSC상임위를 열고 북측에 대한 재조사 요구 및 공동조사 요청 검토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좀 더 적극적으로 사태 진정에 나선 것이다.

◈北, 2008년 '박왕자 사건' 때는 공동조사 거부… 이번엔?

다만 북한이 청와대의 공동조사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우리 측의 공동조사 요구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

2008년 7월12일 북한의 금강산관광 사업 담당 기구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사고 경위가 명백하고 이미 사고 발생시 현대측 인원들과 함께 현장 확인을 한 조건에서 남측이 조사를 위해 우리측 지역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코로나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의 상황도 공동조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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